#12
회사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동업 관계였던 두 사장님이
충돌하면서 회사는 없어질 위기까지 갔다.
나는 두 사장의 등쌀에 떠밀려
상세페이지를 이렇게 수정했다가,
저렇게 고치기를 수십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다시 다른 회사를 구해야 했다.
생활비가 부족해 카드값이 밀렸고,
결국 대출까지 받아 버티게 되었다.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었고,
나는 여전히 누구에게도
도움을 바랄 수가 없었다.
나는 자존심이 강하고,
도와달라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그런데,
도무지 고쳐지지 않아
그냥 이대로 살기로 한 부분 중 하나이다.
쓸데없이 단단했던 나를
조금 유연하게 만들어 준 친구가 있었다.
아이 생부와 연락하냐는 질문에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하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럼 나랑 만나볼래?”
좋았다.
새카맣던 내 외로움이
조금 밝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이가 어려 단둘이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을 텐데,
다들 하는 그런 연애와는 다를 텐데,
자꾸만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옭아맸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만 좋다고 만날 수 있었으면
여태 혼자 살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그 친구는 참 밝고 건강했다.
내가 어떤 부정을 갖다 대도
그는 늘 긍정으로 답했다.
나는 또 선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