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오셨네요.

#18

by 규잉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최저시급도 안 되는

적은 돈이었지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투잡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마음의 폭도

함께 줄어들고 있었다.


시간을 쪼개어 살아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먼저 생각했지만

전남편은 조금 달랐다.


쉬는 날의 대부분을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는 데에 썼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였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랑이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이해와 존중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서로 점점 예민해졌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나와 똑 닮은 내 아이는

나처럼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시답잖은 일로

아이에게 크게 화를 냈던 것 같다.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키고 있는

아이를 보고, 그제야


‘아, 내가 드디어 미치고 말았구나.‘


생각했다.


나는 곧장 병원을 찾았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상담을 진행했다.


“너무 늦게 오셨네요.”


선생님의 첫마디에

나는 처음으로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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