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디 있어?

#5

by 규잉

몇 년을 업고 노래를 불러댄 덕분일까,

간판을 줄줄 읽어댄 덕분일까.


아이는 또래보다 유난히 말이 빨랐고,

이해력이 좋았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림 놀이를 하듯 간판을 읽었고,

내 말에 농담으로 대답하기도 했다.


문화센터는 데려가지 못했지만

마트 구경은 종종 다녔다.

장난감이나 과자 봉투를 보며

함께 글자를 읽고 장난을 쳤다.

사 줄 수는 없어도 노는 건 가능했다.


그날도 마트에서 한참을 구경하고

과자 한 봉지를 들고 계산대에 서 있었다.


지갑을 꺼내고 있는데,

캐셔가 아이에게 물었다.


“주말인데 아빠는 어디 가고 엄마랑만 왔어?”


나는 대답할 생각도 못 했는데

아이가 먼저 말했다.


“나 아빠 없는데요?”


말이 빨랐던 아이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다.


“어머, 아빠가 왜 없어? 불쌍해라.”


반사신경이었을까.

그 말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뭐라는 거야, 미쳤나!”


화가 먼저 튀어나왔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가르쳤으면서,

그런 말을 듣게 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했던 나.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모순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일을 지금 다시 겪는다 해도

나는 똑같이 했을 것이다.


불쌍한 것도,

부끄러워해야 할 것도

아이 쪽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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