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내 흉이 아프지 않기 시작한 게
“...잘 지냈어?”
“응.”
괜히 나왔다. 그냥 끝냈어야 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를 나조차 모르겠다.
“그대로다.”
“...그렇지 뭐.”
머릿속이 분주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언제쯤 이 자리를 정리하면 좋을까.
“…….”
한참을 고민하다 말문을 연다.
“여기 오랜만이네. 우리 자주 왔었는데.”
“그러게.”
짧은 대답.
다시, 침묵.
그 짧은 대답이 나를 맥 빠지게 만든다. 결국, 말은 포기하고 눈앞의 커피잔을 바라보기로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네 말들이 내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된 건.
아무리 곪아도 익숙해질 수 없을 거라 믿었던 마음의 흉터는, 이제 걸리적거릴 뿐 아프지 않다.
다행이다. 너의 흉보다 나의 흉이 먼저 아물어가서.
가만히 널 바라보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 말 없이 울어버리는 너를 보고, 나도 울고 싶어졌다.
그는 한때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나의 일상은 그의 말투와 습관으로 가득 찼고, 나는 그 다름을 포용하며 나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탁함마저도 영롱하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왜 울어.”
“...넌 안 슬퍼?”
“...울지 마.”
들켰다.
슬프다는 말을 삼켰다.
괜히 위로하는 척, 마음을 감췄다. 더는 솔직할 수 없었다. 그게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 같았다.
그렇게 탁함이 짙어지고, 물들지 않는 색만 남았을 때, 나는 결심했다.
이제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고.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