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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Jul 14. 2022

당신의 대화방식은 어떤가요?

일방적인 대화와 멀어지고, ‘찐’대화와 가까워지길.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한 테이블에 시선이 갔다. 한 가족이었는데, 남편이자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남성만 빼고 모두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중년남성의 상체는 테이블 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가족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분에게 시선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음식이 나온 후, 가족들이 휴대폰에서 시선을 거두자 중년남성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 내 눈에는 그 중년남성만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앞에 두고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것부터가 보기 좋지 않은데, 온 가족이 휴대폰만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의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다른 가족을 본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집중한 모습을 보면서 따스함을 느꼈다.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대화를 잘하는 가족의 모습이 더욱 더 보기 좋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명언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단지 ‘대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만으로 가족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대화’는 중요하다. 알아가는 단계,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 오해를 풀 때, 비즈니스 등 여러 상황에서 꼭 필요한 존재 또한 ‘대화’이다. 물론 대화만 잘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실천으로 가기 전, 시작을 여는 것은 ‘대화’이다.


‘대화’ 하나로 관계를 진전시키기도 하고, 무언가를 해결하며, 분위기를 좌우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대화를 많이 한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대화를 ‘어떻게’ 하냐가 중요하다.



대화(對話)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


위의 사전적 의미와 같이 대화는 눈을 보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꼭 대면하여 시선을 맞추지 않더라도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찐’ 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면 이 또한 대화라고 본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마음도 주고받는 것이 ‘찐’대화의 핵심이므로 대면하든, 대면하지 않든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았다면 일방적인 대화이다.


한쪽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은 경우 또는 실천과 별개로 대화해도 관계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바로 일방적인 대화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또 사람들이 여러 관계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에 일방적인 대화가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일방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 그 대화로 인해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며 서로를 단정 지어 생각하면서 마음이 점점 멀어진다. 우리는 마음이 아니라 일방적인 대화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일방적인 대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대화상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한 시선.


어느 날 식당에서 한 커플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 커플은 말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시선은 주고받지 못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사람2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는 사람1과 달리 사람2의 시선은 줄곧 휴대폰을 향해 있었다. 사람2는 계속 말을 하다가 멈추고, 사람1을 빤히 보다가 본인도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 사람2의 얼굴에서 쓸쓸함과 서운함, 슬픔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같이 갔던 남자친구도 그 커플의 이야기를 꺼냈고, 우린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다.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대화가 통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관심 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대화를 할 수 있다.


전화나 메시지로도 ‘찐’으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한계점을 느끼는 이유는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아서다. 이처럼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것은 대화에서 가장 기본이다. 얼굴을 보면서 대화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눈을 맞출수록 집중도가 올라간다. 아무리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고, 귀는 열려있다고 해도 시선이 향한 쪽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화할 때만큼은 휴대폰이나 TV에서 눈을 떼고 상대방을 봐야 한다.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는 나한테 집중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대화 뿐만 아니라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첫걸음이 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대화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상대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자세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찐’대화의 시작은 실패하고, 일방적인 대화가 시작되고 만다.


경청하지 않는 것.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 유재석

국민 MC인 유재석에게 호감이 간 것은 그의 대화 방식 때문이었다. 멀리서 보면 그가 훨씬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보다 상대가 더 많이 말하고 있었다. 그는 늘 경청했다. 상대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야기를 유심히 듣다가 적절한 때에 적당한 말을 한다. 그래서인지 연예인부터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까지 그의 앞에서 경계를 풀고 이야기하며,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만큼 대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자기 할 말만 늘어놓고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찐’으로 대화할 수 없다. 이 방식으로 대화하는 사람은 상대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에만 관심이 있을 뿐, 상대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를 대부분 상대가 알아챈다. 그래서 이런 대화방식은 불만이나 서운함을 만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그렇다. 최악의 경우 상대는 심심풀이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한다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청은 ‘찐’ 대화로 가는 지름길이며, 들어줄수록 상대의 마음도 열린다.


입 꾹 닫는 것.

너무 듣기만 하는 것도 일방적인 대화이다.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말하고 대화를 이어가지 않으면 상대는 자신과의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된다. 계속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지치지만, 계속 말하는 사람도 지친다.


갈등이나 문제가 생겨서 다툴 때도 대화가 필요한데, 입 꾹 닫는 태도를 보이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사이는 멀어지고,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다.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듣기만 하지 말고 자기 생각이나 이야기를 잘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것.

대화를 하다 보면, 본인이 잘 알거나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래야 대화를 잘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번 자기 위주의 주제로 이야기한다면, 일방적인 대화로 이어진다. 특히 상대가 주제를 바꿔도 다시 자기 위주로 대화 흐름이 흘러가게끔 하는 것은 대화 단절의 지름길로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도 위의 경우처럼 자기중심적인 방식이다. 자기 확신을 가지고 주장을 펼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성격이나 성향 차이로 합리화하여 무조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태도를 보이거나 계속 자기주장만 강하게 몰아세우는 것은 일방적인 태도이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의견에도 관심을 가지며 배우고 시야를 넓힐 줄도 알아야 한다.


대화의 주도권을 공평하게 갖고, 깨어있는 머리와 열려 있는 귀로 대화한다면, ‘찐’대화에서 나아가 유익한 대화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상대의 입장에 공감하고, 마음을 헤아리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 입장, 생각만 중요하게 여기며 대화하면 소통이 불가능하다. 대화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스한 눈길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이를 방해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영우가 법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뭔가 좋아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그걸 파고들어야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파고들어라. 아버지만의 방법이라기엔 너무 뻔한 거 아닙니까."

"야, 성적 잘 받으려면 공부해. 살 빼려면 운동해. 대화하려면 노력해. 원래 방법은 뻔해. 해내는 게 어렵지. [……] 근데, 되게 오래 걸려. 노력한다고 바로 되고. 대화는 그런 게 아니거든. "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화 -


일방적인 대화에 해당하는 유형들의 공통점은 배려, 이해, 존중, 공감, 수용, 관심이 부족하고,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또한 소중하다. 상대의 이야기, 입장, 감정, 의견을 소중히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화는 함께 해야 가능한 것처럼  ‘찐’대화를 하기 위한 노력은 한 쪽만이 아닌 서로 해야 한다.


사실 일방적인 대화가 무엇이고, ‘찐’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특별한 방법을 제시한 글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대해 끝까지 써 내려간 이유는 잘 알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감히) 이 글을 통해 일방적인 대화에 경각심을 가지고, 마음을 주고받은 ‘찐’대화를 한 날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아트인사이트 : https://www.artinsight.co.kr

원문보기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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