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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Aug 07. 2023

그렇게 해피엔딩인줄 알았건만.

그 어떤 엔딩도 없다.

자리잡아가고 있거나,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을 시기에 난 혼자 멈춰 있었다. 어쩌면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평소의 나라면 조급해하고 억지로 등을 밀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변화한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 시기는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인터미션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에 번아웃이 온 내게 그만큼 많이 힘들었구나 라고 말해줬다. 타인에게 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위로와 공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했던 욕심을 버리고, 소중한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나에게 무례한 남들한테 억지로 웃지 않았고, 발톱을 드러내야 할 때는 드러낼 줄도 알게 됐다.

적당한 온도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오바하지 않고,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마이웨이를 걷지 않고 중심을 잃지 않으며 타인과 맞춰 나갔다.


나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칭찬도 할 줄 알게 됐다. 단점을 객관적으로 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고쳐야할 점은 무엇인지 살피고 개선해나갔다. 잘 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나만 참으면 다 평화로워진다는 생각을 버렸으며, 억지평화에 기대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여 갈등이나 문제에 부딪히며 성장했다.


적당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솔직해졌으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과거와 현재. 모두의 나를 제대로 마주보았다.


내 머릿 속의 눈덩이들이 부서져 켜켜이 쌓여있던, 반 정도 남은 눈들까지 모두 다 녹았다.

그 모습을 보고 기쁜 나머지 달려갔는데, 그만 발라당 넘어졌다.


바닥에는 육안으로 알지 못했던 얼음이 깔려 있었다. 마치 블랙아이스 같았다.

바닥에 깔려 있는 얼음인데, 이상하게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얼음에 바닥을 짚었던 손바닥을 베어 피가 났고, 찌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결과에 실망해서가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온 분노였다.


얼음에 베인 손바닥을 보면서 그동안 받았던 상처들이 떠올랐다.

그 상처를 준 사람들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자제나 절제가 아닌 과도하게 억눌러놨던 미움, 원망, 분노는 날카로운 모양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해피엔딩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새드엔딩, 언해피엔딩.. 그 어떤 엔딩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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