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가 있었던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서 내면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분노, 원망, 미움을 직면하고 회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직면해야 할 것이 더 남아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날카로운 모양으로 존재를 드러낸 감정들을 못 본 체 할 수 없었다. 또 회피하면, 대가도 더 커질 거다.
결국 잡히고 마는 도망자의 운명처럼, 언젠가는 꼭 해야한다. 아니,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하게 되어 있다. 혼란스럽고 맥도 빠졌지만, 다음 단계에 올라섰다.
그런데 나와 제대로 마주하기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다음 단계까지 성공하면 끝나겠지?
그때 만나는 나와 제대로 마주하기의 엔딩은 어떤 엔딩일까?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작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분명 난 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