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에서.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어린 언니와 '나'를 만난다. 그애들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열 살의 '나'에게도, 철봉에 매달려 울음을 참던 중학생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 최은영 '밝은 밤'-
그동안 내가 해낸 것들이, 거쳐온 과정이 잘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가끔 있다.
과거의 나에서 성장하고 변화했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나를 자책하고, 원망하고, 검열하고, 깎아내리는 이 모진 습관이 툭툭, 튀어 나온다.
그럴 때마다 요즘 내가 떠올리는 것들이 있다.
나름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깨닫고 느낀 것들을 떠올린다.
그 중 최근에는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와 '무인도의 디바'
아까워서 아직 다 보진 못했지만, 예능(그러나 교양같은) '알쓸인잡'과 '알쓸별잡' 을 많이 떠올린다.
오늘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에서의 한 문단을 많이 생각했다.
나와 마주하게 되면서 해 온 나의 과정과 똑 닮아서 정말 많이 좋아하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다시 꺼내보면서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역시 넌 틀리지 않았어. 잘 해왔어."
"앞으로 넌 잘 될거야."
요즘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좀 더 나은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말이 참 좋다.
어쩌면, 그런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