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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Sep 06. 2019

#영화 / 자세히 보아야 할 '유열의 음악앨범'

 

출처 - 네이버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쁜 영화였다. 

얼핏 봤을 때는 흔하디 흔한 멜로물, 레트로 영화, 편하게 볼 수 있는 잔잔한 영화였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매력을 발견하면, 어느새 깊숙하게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제목이 왜 '유열의 음악앨범'인가 했다. 영화 내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중이 적다는 건 아니었다. 


라디오를 통해 남녀가 만났고, 사랑에 빠지고, 추억을 만들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시 재회한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두 사람의 감정선은 아슬아슬했고, 

맞추려고 애를 쓰다 드디어 주파수에 도달하듯 

모든 게 변하고, 무너지고, 우여곡절을 겪지만, 진심은 간직한 덕에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침내 서로 닿는다. 

그리고 나의 시선에서는 남녀간의 문제만 다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사랑의 주파수를 맞춘 것 뿐만 아니라 성장하고, 자신의 길을 찾고, 내 사람을 알아보고 잡고, 

온전히 설 수 있는 단단한 자신이 되기 위한 주파수도 맞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갈등은 각자의 상처, 열등감, 자괴감 등등의 감정으로 인해서도 벌어진다.

이건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각양각색의 이유들로 남녀는 서로 갈등을 겪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만의 문제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것을 알아채느냐, 못 알아채느냐, 알아채고도 모른 척 넘기느냐, 아니면 고치고, 성장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결말은 달라진다. 그 것을 잘 표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 관객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덜 친절한 영화였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나 평이 다를 것 같다. 그리고 그 차이가 클 것 같다. 

이건 어떻게 보면 재밌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또 하나. 

레트로 영화에 비해 그 시대를 상징하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천리안, 보이는 라디오가 처음 시작 되었을 때, 빵 이름, 제과점, 음악 등등 꽤 등장하긴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라서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스토리, 연출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긴 했다.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했고, 연출도 좀 아쉬웠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연출도 있었다. 그건 뒤에서.) 소재, 방향성은 좋았으나 그것을 100%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았다. 스토리라도 더 탄탄했다면, 위에 적은 장점들이 더 드러나서, 정말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생각보다 여운이 길었고, 문득문득 생각나고, 또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는데, 

개연성 있고,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의 이미지에만 치중된 것이 아닌,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연출이 더해졌다면, 그 여운과 감동은 더욱 더 깊게 다가왔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다. 

그 때는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싶다. 

그러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쁜 영화니까.


+ 플러스 리뷰.

* 은자역을 맡은 김국희 배우가 인상적이다. 정말 캐릭터 소화를 잘 했다. 


* 어렵게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기뻐하는 두 남녀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 미수가 자신의 처지가 초라해서 현우를 밀어낸 부분에서 공감이 가서 가슴아팠다. 미수가 짠했다. 

(스스로가 초라하다고 느낄 때, 또는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지는 것. 

또는 자신의 상황을 계속 알고 있던 사람하고만 만나려고 하거나 아예 모르는, 그리고 앞으로도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않을 것 같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하고만 만나려는 사람의 심리가 잘 드러났다.)


* 여자는 상대의 상처까지 알고 싶어하고, 안아주고 싶어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을 잘 표현했다. 


* 하지만, 여자도 마찬가지 였던 것. 초라했을 때 현우를 밀어냈던 것처럼. 

결국 누구나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의 상처, 밑바닥까지 보여준다는 건 어렵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 coldplay의 fix you 라는 곡은 기타의 소리가 강해지고, 

다른 악기들이 입혀지면서 듣는사람도 같이 감정이 고조되고, 울컥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힘들 때 들으면 그 부분에 참았던 감정들을 다 쏟아내게 된다.

그 부분을 지나 다시 잔잔해지면, 듣는 사람도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위로와 응원의 가사를 들으며 힘을 내게 하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곡과 딱 맞아떨어지는 씬에서 bgm으로 나온다. 미수가 현우의 마음을 확인하고, 뛰어가는데 미수의 발걸음과 고조되는 음악 리듬과 잘 맞아떨어졌다. 덩달아 내 심장도 쿵쿵댔다.

(아직도 이 노래의 그 부분이 나오면 뛰어가던 미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노래 가사가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괜히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리듬이 잔잔해지면서 두 사람은 서로 만나고, 웃는다. 

이제는 한 층 성장한, 상처에서 벗어난 듯한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낫게 해준다는 가사대로 두 사람은 나아졌다..

이런 식의 bgm 선곡과 연출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엔딩을 멋지게 만들어줬다. 솔직히 말하면, 딱 내 취향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원래 영화를 보면, 무대인사를 꼭 보고 싶었다. 

연예인이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그 속의 주인공을 실제로 본다면, 여운을 더 깊고, 길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또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을 미리 만나본다면, 영화를 볼 때 더 깊게 집중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만큼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만큼 나는 영화 속에 더 빠져들고 싶었다. 


무대인사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을 뿐 경험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넘쳐나는 일들을 하느라 나의 바람은 잊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그 바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 무대인사 스케줄에 맞춰 

영화를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랬던건지.. 문득 내 바람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찾아보니 우연하게도 일행과 같이 보기로 한 날짜와 무대인사 스케줄이 겹쳤고, 

그래서 그 시간에 맞춰 예매를 했다. 인기가 많은 핫한 배우가 있기에 예매하기엔 쉽지 않았고, 

치료를 받느라 늦어져서 원래 예매했던 것도 취소하고, 다시 다른 시간을 예매한 것도 겨우겨우 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맨 앞에서 둘째줄에, 가운데에 앉아서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앞에서 같이 셀카를 찍는 덕에 정말 코앞에서 보기도 했다. 그 덕분에 내 바람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더 리얼했다고 해야할까.) 배우를 봤다기보단, 영화 속에 있던 미수와 현우를 본 것 같았다. 


마치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과 눈을 맞추고, 얼굴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그런지 두 배우를 보는데 가슴이 시큰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대대로 충분히 여운이 깊고, 길어졌고, 현실인지, 영화인지 구분이 안 될정도로 피부로 와 닿았고, 

그만큼 영화를 더 깊고, 재밌게, 색다르게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이런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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