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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Aug 19. 2019

#영화 / 내 시선에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오늘은 드라마 리뷰 대신 평생 기억에 남을 영화 리뷰로.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김복동'이 개봉하고 이틀째 되던 날이었나. 그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우연이었다. 


부끄럽게도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것도 몰랐고,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티저 예고편을 보고 고른 것이 이 영화였다. 


이 것을 보고 나는 여러모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관련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김복동'은 위안부 피해자. 그리고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의 지난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특성이 캐릭터가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그 사람의 인생이 시나리오가 되는 것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복동 할머니였고, 시나리오는 김복동 할머니의 인생, 그리고 조연은 그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기에 특별한 미장센은 없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특별했다.


그렇다면, 나의 시선에 이 영화가 왜 특별해 보였을까.


▷ '김복동'이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줬다.

드라마나 영화가 초반에 캐릭터들을 묘사하듯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어떤 성격이었고, 주변 사람한테는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강하게 보여주면서 김복동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를 묘사했다. 그래서 단순히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김복동이라는 인간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 영화였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에서 운동가로 성장하는 그분의 성장 여정까지 볼 수 있었다. 


▷ 하나가 아니라 열을 보여줬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내용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고, 설명하기만 한 것이 아닌,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고통을 받았고, 할머니는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졌었는지를 알려줬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에서 운동가로 성장하면서 왜 더 나아갈 수 있었는지,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계속 그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 숨겨진 모습을 보여줬다. 

익숙한 것은 맞서 싸우는 모습. 늘 꼿꼿하고, 단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숨겨진 모습들이 있었다. 점점 안 좋아지는 건강 탓에 힘들어하고, 힘에 부쳐하는 어쩔 수 없는 약한 면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 약한 면은 숨기고 누구보다도 단단하고 강한 모습을 보이셨던 것이다. 우리를 위해. 


▷ 영화 '김복동'은 현실이었다.

역사이자 사실 그대로인 만큼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톡톡하게 보여줬다. 일본의 태도, 당시 정부의 태도, 소녀상을 지키려고 했던 학생들이 연행되던 모습,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상황, 소녀상이 세워졌을 때 그렇게 기뻐했는데, 순식간에 철거되기까지..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내내 가슴 아파하셨던 할머니의 모습....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바라보면서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 쥐어짜 내는 씬도 없었고, 대사도 없었다. 그런데 가슴을 울렸다.

개인적으로 관객이 감동, 눈물, 공감을 하게 하려고 그 감정을 유도하거나 쥐어짜 내는 장면이 있어서 울게 만드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말 훌륭한 작품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일을 이 영화가 해냈다. 


울고 불고 통곡하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슬프고, 아프고, 억울한 여러 감정이 뒤섞이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OST까지 완벽하다.

사실 '윤미래 - 꽃'은 영화 보기 전에 듣고, 멜로디와 가사가 좋아서 요즘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이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이 노래가 가사와 함께 나오는 순간 알았다. 이 영화만을 위한, 그분들을 위한 곡이었다는 것을. 무엇보다 가사가.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른 채 그분의 여정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함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분노, 슬픔, 안타까움, 씁쓸함의 감정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아마, 일행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다 나왔을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을 다룬 영화를 본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나는 이번 영화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감정을 서둘러 정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봤다. 

중년부부, 아이들과 같이 온 엄마가 눈에 띄었다. (교육적인 면에서 아이들, 청소년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이 비어있는 좌석들도... 


특히 아쉬웠던 것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극장 안은 휑했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가 상영하는 관 앞에는 줄도 길게 서있던데.... 많이 아쉬웠다.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지 않아서. 


지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시간이 꽤 흘렀고, 지금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어가고 있으니까.


영화 '알라딘'처럼 역주행하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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