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l Sep 15. 2020

#드라마 / 멜로가 체질

독특하다. 특이하다. 그래서 특별하다.

이 맘때 쯤이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jtbc에서 방영했던 '멜로가 체질'이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가 서른의 일상, 일, 연애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서 큰 관심이 생겼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첫 회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국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좀 전에 봤던 씬이 생각나거나 대사가 떠올랐다.

2회, 3회... 회가 거듭되면서 이 드라마가 방영하고 있는 채널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러더니 본방을 챙겨보고, 본방을 보지 못했을 때는 다시보기를 하고, 종영 후에는 보지 않은 앞부분까지 보는 팬이 되어 있었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뚜렷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독특한 개성에 상대가 적응되게 만들었다.


출처 - '멜로가 체질' 드라마 홈페이지


무릎을 탁 치고 감탄사가 나오는 대사,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대사, 깨달음을 주는 대사, 따라 웃고 같이 울게 되는 대사 등 모든 대사가 좋았다. 버릴 것이 없었다. 심지어 나레이션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웠다. 토씨 하나라도 정확히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며 드라마를 봤다.


말의 속도를 내 귀가 못 따라갔을 때는 다시보기를 이용했다. 한번 더 듣고 싶은 대사가 있거나 다시 보고 싶은 씬이 있었을 때는 몇 번이고 돌려보기도 했다. 웃다가 괜시리 코 끝이 찡해지고, 울다가 미소를 짓게 만드는 대사가 많았다. 공감, 위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 포인트.

대사가 좋은 드라마는 많다. 그러나 이 드라마만의 특별함은 신선함이었다.

노랫말처럼 대사에 리듬이 있었다. 세련되고 통통 튀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말랑한 말들이 많았다.

툭툭 내뱉는 것 같다가도 부드럽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가벼운 것 같은데, 무거웠다.

센스가 넘치고, 유머러스한 대사 속에 짙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출처 - '멜로가 체질' 드라마 홈페이지


세상에 알고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주 어릴 때는 그 말을 믿었지만 어느 샌가부터 그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물론 알고보면 따뜻한 면이 있는 사람이 정말 있는가 하면, 아무리 뜯어 보고, 자세히 들여다봐도 나쁜 사람은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산 인생이 길지 않지만, 지금껏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그랬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말을 다시 믿고 싶었다. 그만큼 드라마 속 모든 캐릭터들이 자기만의 사연이 있고, 신념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 얄밉다가도 의외로 따스한 면에 놀라기도 하고, 구제불능이다 싶다가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모든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웠고, 매력 있었다. 입체적이었다. 그 인물이 나오는 씬에서만큼은 아무리 조연이라도, 특별출연이라도 그가 주인공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버리는 캐릭터가 없는 큰 장점을 갖고 있었다.


출처 - '멜로가 체질' 드라마 홈페이지


인물들의 배경, 상황, 설정 그리고 인기pd의 제안에 여주가 no라고 외치는 씬 등 (하지만 부러우면서도 통쾌하고, 짜릿했던 씬이기도 하다.) 다소 드라마스러운, 낭만적이고도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예상외로 이 드라마의 평가 내용에는 '공감'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다. 그 이유는 인물들간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갈등, 인물들이 하는 말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30대 외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가 많았다. 이를 통해 저 나이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저런 고충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씬은 드라마 국장과 스타작가의 대화씬인데 그 위치에 올라가도, 그 나이가 되도 똑같이 어려운 게 있구나 라며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동질감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출처 - '멜로가 체질' 드라마 홈페이지


드라마를 보면, 뜬금없이 나오는 ppl에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가 많다. ppl이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부분인 건 알지만, 극의 흐름을 망가트리는 경우에는 솔직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런 시청자의 마음을 알기라고 한 듯 ppl를 이 드라마답게 잘 녹여냈다. 좀 다르게 생각하면 오히려 뻔뻔한 태도에 더 불쾌할 수도 있어서 호불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ppl을 스토리에 녹여내는 여기만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연결을 시켰지? 라며 감탄할 때가 많았고, 기발함에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미소를 짓게 했다.


출처 - '멜로가 체질' 드라마 홈페이지


전체적으로 스토리나 연출, 캐릭터, 대사,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좋은 드라마였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인데, 난 왜 처음에는 채널을 돌렸을까?


1화,2화는 캐릭터 설명이나 배경설명을 하기 위해 재미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보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득하게 시청하지 못했다.


이유는 대사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의 큰 장점인 대사가 처음에는 단점으로 작용됐던 것이다. 다소 많은 양을 한번에 쏟아내다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편은 아니었다. 말의 속도가 좀 빠를 때는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내 귀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그래서 정신산만하다는 생각과 함께 피로감이 느껴졌다. 템포, 대사 길이, 단어선택 등이 다들 비슷비슷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런 부분 때문에 처음에는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차가 거듭될 수록 쏟아지는 많은 대사 속에서 몇몇 문장이 마음에 스며들고, 하는 말이 비슷비슷한데도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보였다.


special 처럼 보여도, 사람 사는 얘기는 거기서 거기.

앞에서 적었듯이 설정은 비현실적이었다. 30대의 여자들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30대 여자들이 아니었다. 현실보다는 좀 더 나은 배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는 직업군이 나와서 그래도 심하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어쩌면 괴리감과 그들'만'의 사는 세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라는 염려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일지라도 그들이 하는 생각과 말, 고민 등은 일반 30대와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감을 이끌어내야함과 동시에 판타지스러운 면도 있어야 드라마의 재미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설정을 그렇게 잡은 건 아닐까 싶다. '드라마긴 드라마네' 라는 생각을 들게끔 하면서도 공감까지 가져가자 라는 의도였고, 그 의도를 작품에 잘 녹여낸 게 아닐까하는 짐작을 감히 해봤다.





그들도 우리네와 같았다. 유독 특별하고, 잘나지도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 또한 특별한 것 없지만, 드라마 자체는 특별했다. 독특했다. 처음에는 특이하고, 좀 이상하게 보이고, 간혹 유치한 씬이 나올 때는 오글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발한 연출과 따뜻한 스토리, 사랑스럽고 자꾸 정이 가는 캐릭터들, 마음에 스며드는 대사들이 특이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다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제목이 멜로가 체질인 것 처럼 주연, 조연 모두에게 소소하거나 커다란 멜로가 곳곳에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누구에게든 말이다. 곳곳에 스며있는 멜로 덕분에 드라마는 따뜻했고, 다양한 종류의 (=연인간의 사랑 말고도 여러 종류.) 사랑이 꽉 차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 '82년생 김지영' 주관적인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