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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Oct 20. 2020

#드라마 / '열여덟의 순간'

여름과 늦은 이별을 하며.

여름을 싫어한다. 어릴 때는 가을과 겨울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여름 냄새가 없어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고 느낄 때면 기분이 울적해졌다. 가는 여름이 아쉬워서 붙잡고 싶어 졌다. 여전히 여름을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을 타는 것 같다. 익숙해져 있던 계절에서 새로운 계절로 넘어갈 때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함과 동시에 덜컥 겁이 나서 그런 것 같다.  이번에도 좋아하는 추운 계절이 오는데도 가는 여름이 아쉬워서 보내지 못하고 매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여름을 닮았던 드라마 한 편이 생각났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jtbc에서 방영했었던 ‘열여덟의 순간’이라는 드라마다. 7월에 시작해서 9월에 종영했다. 여름에 시작한 드라마인 만큼 여름의 풍경이 그대로 영상에 표현됐다. 여름의 대낮 풍경처럼 환하고, 풋풋하고, 청량미가 돋보였던 드라마였다. 스토리는 여름의 날씨와도 같았다.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장마처럼 비가 많이 쏟아지기도 하고, 갈등에서는 무더운 날씨처럼 힘들었다. 그리고 인물들의 청춘은 뜨거웠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사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드라마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편견에 사로잡혀서 아이돌이 주인공이고, 십 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를 잃었었다. 한마디로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그 드라마에 빠졌을까. 계기는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그 드라마를 보고 있었고, 십 대들의 이야기에 내가 눈물이 났고, 사랑에 설레어했다. 흔한 10대 성장드라마가 아니라고 느꼈다. 10대에게는 성장드라마였지만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함을 찾아주고, 교훈을 주는 동화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대사였다. 현실적이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대사가 많았다. 말 한마디에서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고, 배웠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학생답지 않은 대사가 많아서 현실감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학생들이 정말 저렇게 말하는 걸까? 그런데 또 행동을 보면 그 나이의 행동이었다.      


그 외에는 현실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 나이라서 한 어쩔 수 없었던 선택, 할 수 없는 것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나가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 어른들은 물론이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정치, 편 가르기 등등 학교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클리셰는 역시 벗어날 수가 없는 걸까. 

     

10대 성장드라마이고, 학교가 주 배경인 만큼 선생님 역은 극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인도해주는 좋은 선생님이 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담임이 처음인 사람, 사회 초년생,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좋은 선생님 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는 친근하고 편한 매력이 있고, 학생들과 사이가 좋다. 다른 성장드라마에서도 그렇듯 처음에는 잡음이 많았을지라도 결국에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학생들과 친구 같은 사이가 된다.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을 연 학생들에게는 좀 더 빨리 친구가 되어주고, 마음을 열지 않은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친구로 다가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그 노력이 결국 그 학생들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10대 성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선생님들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도 이런 선생님이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 보면 그런 선생님을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이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방향을 알려주고, 그냥 선생님이 아닌 멘토 같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인물처럼 여겨졌다. 드라마다운 판타지였다. 클리셰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좀 색다르게 접근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했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주인공이 성장하는 부분과 청소년이 하는 사랑이 조화를 이룬 것은 마음에 들었다. 러브라인이 처음 보일 때는 성장드라마인데 러브라인이 웬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러다 사랑이야기에만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도 됐다. 그러나 예상외로 러브라인이 10대 성장드라마에 잘 녹아들었다.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사랑이야기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앞에서 어른에게도 교훈을 줬다고 언급했던 것만큼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무심코 한 어른들의 행동이 청소년에게 위로를 주는가 하면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청소년은 어른들의 거울이었다. 어른들이 하는 정치까지 학생들이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씁쓸했다. 그 외에도 어른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등 어른들에게 잘못된 점을 꼬집고 싶었던 것 같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은 제목처럼 학생들의 매 순간이 어른으로 자라는 것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순간이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예쁘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여러 방법으로 알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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