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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Aug 19. 2021

생일선물로 예술작품을 받았다.

누구나 예술의 선순환 스타트를 끊을 수 있다.

집에는 최근에 엄마에게 받은 생일선물이 있다.


집 안을 누빌 때 그것을 힐끔 보기도 하고, 가끔은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엄마 그리고 가족들이 생각나서 그 선물을 멍하니 보던 중이었다. 문득 이것도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오직 나를 위한 예술작품을 받는 날이 또 있을까싶다.  





내가 받은 예술작품은 장미꽃이 가득 담긴 꽃바구니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엄마의 손길이 깃든 것이다. 한 눈에 봐도 예쁘고, 정성이 느껴진다. 가까이에서 요리조리 살펴보면 더욱 예쁘다. 엄마의 손에서 피어난 장미꽃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 같았다.

           




하나하나 실로 엮고, 장미 모양으로 만들고, 한 송이마다 철사와 연결한 것을 보고 있으면 꽃을 만드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뻣뻣해진 목을 매만지고, 얼굴에는 행복과 설렘이 가득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여러 색이 서로 조화를 이룬 꽃들을 보면 색 조합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꽃 아래에 귀엽게 모습을 드러낸 잎사귀는 볼 때마다 웃음이 새어나온다. 꽃마다 엄마의 정성과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고민의 흔적은 꽃뿐만 아니라 바구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바구니는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엄마는 선물 받은 꽃바구니를 재활용했다고 하셨다. 꽃을 꽂은 스펀지도 함께.


나는 그 말에 놀랐다. 꽃이 시들어버리면 보통 꽃과 함께 바구니도 버리는데, 엄마는 이것이 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신 거다.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본 것이 환경을 위한 예술 활동까지 한 셈이 되었다.




          

장미 꽃바구니를 받을 때 덤으로 받은 튤립이다.


이 꽃도 엄마의 손에서 피었다. 장미꽃처럼 실로 만들었으며 튤립 모양을 잡기 위해 안에 솜을 넣었다고 한다. 한 송이는 맨 위만 진한 노란색으로 했는데 마치 그라데이션을 표현한 것 같다. 꽃다발처럼 종이로 꽃을 감싼 다음 꽃병에 꽂았다. 꽃병에는 실로 만든 빨간 옷을 입혀줬다.


사실 엄마의 꽃 선물 첫 주인공은 아빠였다. 그 때는 장미꽃다발이었는데 실로 만든 꽃을 처음 봐서 놀랍고 신기했다. 꽃집에서 한 것 같은 꽃 포장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 포장지는 꽃집에서 꽃다발을 샀을 때 포장하는 과정을 유심히 봤고 그 기억을 떠올려 흉내를 내본 것이라고 하셨다.


색을 조합하고, 생각의 전환으로 재활용 하고, 놓칠 수 있는 것을 관찰하고 기억해서 시도해본 것 모두가 매우 놀라웠다. 취미 겸 선물을 주기 위한 활동이었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예술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한 것이다.

 

엄마는 예술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나는 그 작품을 때때로 눈에 담으며 일상에서 예술을 접한 것이다. 이런 것이 예술의 선순환이 아닐까.

     



        

이 글에 사진을 넣기 위해 엄마에게 받은 선물을 한 곳에 모아봤다.


전에 찍은 사진이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찍었다. 선물을 받은 직후에 사진을 찍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고맙고 기쁘기만 했다. 그런데 보는 시선이 선물에서 예술작품으로 바뀐 후 모아놓은 것을 다시 보니 작은 전시회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림이나 사진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고 볼 줄도 모르지만, 가끔 혼자 또는 누군가와 함께 전시회를 봤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전처럼 전시회를 편하게 보러 다닐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내 방안에서 나만을 위한 작은 전시회를 봐서 아쉬웠던 마음이 좀 풀렸다.


엄마가 만들어낸 예술의 선순환이 나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줬다. 더불어 굳어있던 나의 가슴과 머리를 말랑하게 해줬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책 ‘발칙한 예술가들’ 리뷰를 읽은 적이 있다. 글을 읽으면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조금만 시선을 돌리고 시야를 넓게 가지면 내 안에 숨어있던 창조성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 재능이 있고 특별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따라서 엄마가 자신도 모르게 예술의 선순환 스타트를 끊은 것처럼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아트인사이트 : https://www.artinsight.co.kr/

원문보기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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