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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Jan 12. 2024

착한 마음에게 오만이라니?!

상처 주고받기와 그 후.

"여보, 이 중에 어떤 사진이 젤 나아?"


인영의 목소리가 살짝 격양돼 있었다.

식탁에는 며칠 전 인터뷰한 사진이 서너 장 펼쳐져 있었다.


"글쎄,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 보이네."


순간 인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화인지 서운함인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뛰는 걸 보니 잘못들은 것은 아니었다.

눈물마저 핑 돌았다.


오늘 같은 날이면 인영은


몇 발자국 떨어진 타인보다 내 곁의 사람을 사랑하기가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청년자살률'에 관심이 생겨 말을 꺼냈을 때도 더 이상 듣고 싶어 하지 않던 남편이었다.


얼마 전엔 우연히 만난 어르신을 위해 기도했다가 '교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응원할게, 잘했구나' 까지는 아니어도

 '그랬구나.' 해줄 수 있었으면 했다.

가장 가까운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날씨 때문인지 몸도 맘도 차게 느껴지던 어르신이 따뜻하시길 바랐을 뿐. 회색빛 예전의 자신이 생각나서 20대의 자살률이 마음에 쓰였을 뿐인데...


욕심이라니,

교만이라니...

단어 선택도 참 기가 막히다.


참, 못 된 사람

잘못한 일도 아닌데 공격하는 이상한 사람

같이 못 살 사람


그렇게 상처받은 자아는 극적으로 치우쳐 상대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투사는 깊고 위협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상처받고 상처 줬던 기억이 남아서

말과 행동은 오해를 만들고

고정관념은 더욱 단단해진다.


알아차린 후 용서하고

또 미워하다가

다시 알아차리고 사과하고


그렇게 씩씩거리던 자아는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와,


방에 들어가 코를 고는 다른 자아를

연민으로 바라본다.


'그래, 당신도 고생이 많다.'


다른 나와 사느라고

사랑하며 사느라고

나도 당신도 고생이 많다.


사정도 모르는 남을 안쓰럽게 여기기 전에 내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들 문제집도 한 번 찾아보라는 당신의 말이 하나 틀리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소홀해질까 봐 걱정했다. 아내의 관심은 늘 집안일보다는 밖으로 쏠려있었다. 가정적이지도 않은데 억지로 붙들려 있는 듯 보이는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이 쌓였다. 그러니 그럴 때마다 미워 보일 수밖에.



언제나 그랬다.


상대에게 고래고래 소리치기보다

자신에게 조용히 속삭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인영은 생각했다.


내가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지 않아서

속으로 생각한 그대로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한 관념들을

남편의 입을 통해 기어코 듣고야 말았다고.


인영의 문턱은 그런대로 이렇게 넘어가고 있었다.


비워내고 비워서

가장 용감해져야 할

자기완성의 여정


나는 교만합니다.

나는 오만합니다.


미워해서 눌러 놓았던 단어를

지그시 풀어준다.


안 방의 코 고는 소리가 사랑스럽게 들린다.

자고 일어나면 당신 속도 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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