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말이야.
여행이 별로라고 하더라고.
알아보는 것도 귀찮고 돈 쓰는 것도 아깝고
무엇보다 해야할 일이 많아서 당장 시간도 없고,
챙겨야 할 게 많아서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가 없대.
언제나 그랬지.
그녀에겐 늘...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았거든.
그래, J는 정말로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도 몰라.
하지만 지난번 그녀와 함께
멀지 않은 바닷가로 놀러 갔을 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을 봤어.
그녀는 아이처럼 해맑아져 밝게 웃으며
두 팔 벌려 소리를 지르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뛰어 바다로 달려갔지.
생기롭게 빛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어.
누릴 자격이 없다는 믿음과
허락하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
여행 후에도_
J는 여전해.
그녀에게 '쉼'은 그다지 끌리지 않는 사치일 뿐,
J는 일하는 게 편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녀의 맘 깊은 곳은
아마 알고 있지.
아니라고 밀어낼 필요 없이
상황과 환경이 어떠하든,
'원한다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걸.
K가 그러는데,
좋은 날이 올거래.
속으로 생각했어.
'난, 지금도 좋은데?'
'가족 모두 건강하고, 크게 모자람 없고...
이 정도면 더 바랄 것 없이 감사하다고.'
그런데 이상하지?
분명히 다 챙기고 나왔는데,
중요한 걸 두고 온 느낌.
뭔가 찜찜히 남겨진 기분.
'지금도 좋다'는 말은 진심이야.
만족한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지만...
솔직하지 않은 뭔가가 있어.
그게 뭘까?
문득 내 친구 J가 떠올랐어.
누릴 자격이 없다는 믿음에 대해
허락하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
맙소사.
나는 성공을 두려워하고 있었어.
'자격이 없다'라는 무의식과
달라질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부담감.
열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
갖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핑계를 만들었지.
가족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내가 내 일에 투자할 시간이 어딨냐고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벗어나지 못했으면서,
내가 잘 되고 바빠지면 당신들이 싫어할 거라고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며 징징거렸어.
성공이 뭘까?
두렵다는 나에게
당신은 해보고 나서나 그런 말을 하라고 했지.
사람들과 만나고 사진 찍고 인터뷰하고 강의하고...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응원한 적이 없잖아. 심지어 욕심이 많다며 싫어하기까지 했으니까... 성공, 잘은 몰라도 당신은 반대할 거잖아. 심하면 더 심했지 분명히 당신은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모호한 불안.
그래... 나의 고정관념이야.
구차한 변명이야.
이렇게 굳건한 나의 믿음이 그런 현실을 만든 거야. 당신 핑계 대지 않을게. 정말로 원한다면 그 길로 바로 갈게. 두려움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
두려움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밖에서 쓰고 있는지!
사실은 내 안에서 충분한데,
안에서 끌어올리면 되는데...
행복하냐 물으면
맞아.
행복해.
하지만 그와 별개로
풍요를 즐기는 마음
원하는 경험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어.
피해의식과 합리화로 숨을 곳을 찾느라
정작 정면승부에는 에너지를 쓰지 못했어.
인정할게.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었단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