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May 17. 2024

작은 나는 한 번도 삶을 이긴 적이 없다.

이완, 수용

"엄마, 우리 산책가요!"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떻게 산책을 가~~."


"비가 오니까 빗소리 들으면 되지.

가자 가자 자아아~~~"


어차피 설득이 어려운 걸 경험으로 아니까

더 이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아이를 따라나선다.



처마밑에 일부로 서서

똑똑 커지는 빗소리를 듣고


비를 피해 움직이는 고양이와

구름 낀 하늘을 나는 검은 새를 보고


비를 맞아 금빛이 된

반짝이는 큰 돌도 본다.


"나오길 잘했다. 그치?"

 

비가 오면 비를 즐기고

해가 나면 해를 즐기고


그렇게 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어쩔 수 없이 다가온 상황

손쓸 수 없는 현실인데도


원망하며 미워하느라 감정을

너무 많이 썼다.


어차피 설득이 어렵다는 걸 경험으로 아니까

더 이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삶을 따라나서야지.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매달렸다가 증오했다가


널뛰는 감정의 중간에 서서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집착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해가 나면 해가 뜨는 대로.



그날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