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Jan 23. 2024

완벽주의는 취약함을 감추려는 도구였다.

분주한 마음을 멈추고 발생한 일

눈이 날아와 쌓인다.


일을 끝내고도 다른 일을 찾았다.

분주한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시간낭비, 인생낭비가 싫었다.

길을 걸을 때도, 청소를 할 때

'더 나은 나'를 위해 이어폰을 꽂았다.


납득이 필요했다


지금도 충분하단 증거

쉬어도 괜찮다는 증거


그래, 드러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야!


특별해야 해.

성공해야 해.

덜 간절해서 그래.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그러다가

다시 또 불안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앉았다 일어났다

나갔다 들어왔다


그렇게 또 한심한 나를 원망하고

SNS로 영화로 잠시 잊고 피했다가

다시 돌아와 허무함에 하루를 망치고...


한계


그래, 할 만큼 해봤지만 채워지지 않잖아.

버거워. 답답해. 모르겠어.

나는

...

여기까지야.


여기까지가,

나의

...


내려가고 가라앉아 바닥에 닿을 때

안에서 발견한 고요한 빛



지금 이 순간!


생각의 감옥,

스스로 만든 규정에서 벗어나.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전부가 아니라면?

진정한 나는 그보다 더 큰 존재라면?


평범한 나

있는 그대로의 나

먼지 같은 나

사라질 나


받아들일수록 드러나는

내 안의 더 큰 나


집착을 놓아 가벼워진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렇게 서서히

고요함을 배우고,


다시 또 두려울 때면

알아차리고,

알아차리고.


그렇게 흘러 흘러... 이젠


어떻게 하면 더 얻을까에 관한 고민이 옅어지고,

이미 가지고 있다는 진실에 눈을 떠간다.


의지하던 많은 것들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불안함에 쌓던 인풋들이 사라지고

반복해서 볼 것은 몇 가지로 추려진다.


똑같은 정답보다 나의 답에 귀를 기울인다.

같은 말을 묵상한다.


아이의 울음이 엄마를 향한 그리움으로 들리고

당신의 웃는 표정에 이전보다 행복하다.


멈추자 신선한 생각이 공급되었다.

그럴 때면 감사함에 울먹거렸다가

잔잔해지며 흘러넘쳐 풍요로워졌다.


결핍되고 고갈된 땅에

촉촉한 물기와 초록 생명이 피어났다.


이상한 게 아닐까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미쳤대도 좋다.


오래전부터 곳곳에는


내 안의 나를 찾아

진정한 나를 발견한 사람들이 있었.


현자들의 은밀한 안내가

용기가 되어 문을 연다.



/

모두에게 인정받으려던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나도 모르게 순위를 매기고 어디쯤인지 계산했다.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감정을 마비시켰다.

완벽주의는 취약함을 감추려는 도구였다.


대세에서 벗어난 뒤늦은 반항기를

글로 풀어 해소한다.


눈이 날아와 쌓인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을 나눌 대상이 눈앞에 있다.

풍요를 나눌 도구가 눈앞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세상이 평화롭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