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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Jan 22. 2024

나의 세상이 평화롭기를

내가 없는 행복

어제는 마주 앉은 남편이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하나 나와는 너무도 달라

내 속을 힘들게 하던 당신이, 내가 된 것은

나의 확장이었다.


'당신과 나'는 사라지고,

'우리'라는 관계만 남았을 때


나에게로 향하던

상처의 말도 비난의 눈초리도

받을 대상이 없어 머뭇거리다 사라지고


당신에게 향하던

원망도 미움도 

그래서 결국엔 더 크게 상처 줬던 못난 말들도

목적지를 잃어 생기를 잃고 녹아 없어졌다.


내가 아니라 우리, 

우리가 평화롭기를.


내가 아니라 나의 세상, 

나의 세상이 행복하기를.



나를 찍고, 나만 살피던 사진기가

바다와 노을과 당신을 향한다.


저기 저 사진에 보이는 여인을

이제는 좀 더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싸고 만만하게 다루던 몸과 손가락 마디가

내 것이 아닌 듯 소중하게 다가온다.


부족하다 못났다 다그쳤던 내가

멀리 보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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