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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기도했더니 관계가 돼라 했다.

초를 태운 전체의 불빛

by 지레인

단단한 턱과 피부의 느낌,

분명 아빠의 옆모습이었다.


눈을 뜨면 볼 수 없는 아빠를 담으려

꿈에서도 나는 본능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촛불이 그려진 그림을 들고 있는 내게

아빠가 말씀하셨다.


초가 아니라

초를 태워 환해진 전부가 너라고.

결혼을 한 이상

자기중심적인 삶을 버려야 했다.


나를 확장시켜

관계 안에서 살아야 했다.


답답하고 억울했다.

자유를 갈망했다.



사랑을 기도했더니

관계가 돼라 했다.


나를 바꿔 끼워 맞춘 적응이 아니라

그대로 둔 채 마음을 열어 소속되는 거라고.


삶은 믿음의 전환을 요구했다.


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믿음

가족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는 믿음

나는 원래 너무나 독립적이어서 관계가 버겁다는 믿음


내 것을 놓지 않으려는 어설픈 줄다리기를 관두고

희생이란 단어조차 잊은 채, 그냥 다 줘보라고.


싫다. 그러기 싫다.


하지만 그래서 얼마나 확보했던가?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내 일에 매달렸지만

집착의 결과는 어떠했던가?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온전히 내려놓으라고 한다.


남김없이 오직 관계가 되면

희생이 아닌 자비와 헌신만 있을 뿐

그래, 관계 안에 자유가 있다.


아름다운 소속이 없었다면

이토록 이기적인 내가 어찌_

다름이 하나 되는 숭고한 고통을 배울 수 있었으며

온전히 함께하는 아픔과 기쁨을 알 수 있었을까.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없는 것을 줄 수 없어

내 안에서 나를 채우고

채운 것을 나누며 나를 확인했다.


알고 보면 다시 못 올 그리운 시간

한창 나의 손길에 의지하는 가족이 있다.


아무 때고 코와 입을 비빌 수 있는

동그란 볼들이 있어 다행이다.


사랑을 더 잘 아는 아이를 안으며

아이와 함께 엄마도 자란다.


움켜쥔 만큼 꽉 막혔던 글이

힘을 풀수록 편안히 흐르고...

이제 나는 어떤 전략이나 계획 없이

그저 그 순간, 진실한 글을 쓰면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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