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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Dec 23. 2023

야, 너 또 조회수 확인하고 있냐?

친구

철수의 얼굴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너 그렇게 수시로 조회수 보는 거 엄청 짠하다고! 나 같으면 그렇게 안 살아. 목줄을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맡긴 거잖아."


"그러게, 넌 항상 네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 한 만큼 벌고, 노력한 만큼 성과도 나오고..."


영수의 반응은 힘이 없다.

철수의 얼굴이 멋쩍어졌다.


"하긴, 공개된 곳에 글을 쓴다는 건 보라는 거니까... 연연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좀 보게끔 쓰던가.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돈도 안 되는 걸 왜 그렇게 쓰는 거야? 꼭 그렇게 드러내야 하는 거야?"


"그러게, 나는 뭘 그렇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  내가 어제 영화를 하나 봤는데 말이야. 천재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숨기는 내용이었어. 그러고 보니 천재는 감추려고 노력하지만 나는 드러내려 노력하네. 뭔가 씁쓸하긴 하다. 하하..."  


영수는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간다.


"야, 너 고등학교 때 생각나냐? 느닷없이 혼자 입시 전략 어쩌고 하면서 사회는 깔끔하게 포기할 거라고 했잖아. 그러더니 진짜 사회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사회 시간에 딴 과목 하다 교실 뒤에 서있기도 하고... 그때 네가 참 신기하더라고. 나 같으면 사회 선생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쪽팔려서라도 그렇게 못하거든. 모범생 인생에 흠이 생기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할까?"


"모범생이라는 건 누가 정하는 건데? 남들의 평가가 그렇게 중요해? 난 스스로 떳떳하면 상관없어. 무엇보다 그때는 목표 대학을 가느냐 안 가느냐가 제일 중요했거든. 우선순위가 확실한데 어떻게 남 눈치 다 보고, 남 생각을 일일이 다 반영하냐?"


"역시, 넌 확실해서 좋겠다. 내 주변에서 비교도 안 하고 남 이야기도 안 듣는 건 네가 진짜 최고인 거 같아.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전문가가 해도 잘 안 들으면서, 남한테 충고는 잘해요. 흐흐"


맥주를 들이킨 영수의 시선이

철수의 뒤쪽 크리스마스트리로 옮겨졌다.

작고 노란 불빛이 조용조용 깜박이고 있다.

 

"그래도 철수야, 결국 나는 글을 쓸 수밖에 없더라.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슨 승부를 보려는 것도 아닌데..."


"네가 원래 쓸데없는 의미도 많고 생각도 많잖냐."


친구의 멍한 얼굴을 살피던 철수기 괜히 목소리를 높인다.


"야, 너 그렇게 하고 싶으면 니 느낌이나 좀 살려봐. 요즘 SNS든 뭐든 보면 죄다 비슷한 말만 하더라. 무슨 말투도 하나같이 다 똑같아. 난 책은 별로 안보지만 말이야, 이외수 선생처럼 독특한 문체를 보는 건 재밌더라구. 솔직히 책 읽는다고 사람이 확 달라지겠냐? 보는 거 말고 하는 게 중요하지. 난 그 사람의 관점을 보는 맛에 봐. 독특한 관점이 있으면 그나마 볼만하더라고."


철수의 말을 듣는 영수의 눈동자에

트리의 불빛 하나가 커다랗게 반짝였다.



"그러게. 아직도 난 똑같네. 지금 사회 선생님 눈치 볼 때인가? 이제 다 컸는데 번듯한 모범생일 필요도 없는 거잖아. 남한테 피해만 안 준다면 뭘 해도 무슨 상관이야? 나 있잖아. 한참 동안 어딘가에 갇힌 기분이었거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알 수 없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고... 평가를 받고, 요구를 만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틀에서 헤매다가 가장 중요한 걸 잊어버렸던 것 같아."


"뭔지 몰라도, 그렇다니까? 순위를 따져봐야 한다고"


"그래. 순서가 바뀐 거였어. 마음을 열고 원래의 나를 표현하면 되는데, 규정에 맞춰 계획하고 포장하느라 괜히 뱅뱅 돌았어. 네 말대로 사람들은 나한테 대단한 뭔가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독특한 관점하나가 궁금한 걸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다들 살기 바쁜데, 니 의견이 그렇게 중요하겠냐?! 알아서 듣고 각자 판단하겠지! 너 네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란 생각을 버려. 니 세상에서나 니가 중심이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역시 뼈 때리기 전문 이철수. 아프지만 시원하다.

뭔가를 털어낸 듯 영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그저 내가 느낀 나와
내가 경험한 세상을 표현하면 된다.

진실되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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