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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Dec 21. 2023

당신의 시선이 보고 싶어요.

바라는 게 별로 없는 삶

어김없이 8시 반, 안방 화장실 벽을 타고

짜증 섞인 고음과 변성기의 저음이 번갈아 들린다.


(고) 빨리 나와아~

(저) 아, 간다고요~~


...


(고) 너 아직도 안 나왔어?

(저) 아 진짜, 간다고오!



'옆집은 어쩌면 저렇게 매일 똑같을까?'



/

8년 후,

나는 러지 말자고 했던 아침 풍경이

똑같이 우리 집에서 펼쳐졌다.


느긋한 아이들과

속 타는 엄마의 아침 전쟁.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몇 번 말하니. 아직도 그러고 있니?"


어느새 잔소리쟁이가 된 엄마는

가슴이 답답해지자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다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


기상 시간을 앞당겼다.

8시가 되면 TV는 자동으로 꺼지게 했다.

구글 스피커로 방송이 나오면

밥 먹기도 멈추고 씻으러 가야 한다.


이런 시스템적인 해결책과는 별개로

가장 중요한 요소.


'엄마가 여유를 가질 것!'


안 된다고 생각했던 조바심들이

사실은 괜찮은 범위였음을 인지했다.


구글이 방송을 하기 전엔

굳이 나서서 한 마디를 더 하지 않는다.


기대를 낮추니 다그침이 사라졌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는

두 아들의 자유를 존중함과 동시에

엄마의 마음에도 평온함을 허락한다.


엄마의 얼굴이 밝아지니

아이들의 아침도 행복하다.



"00아, 8시 30분이야. 빨리 준비해. 우리 옷 입자."


형아와 동생이 서로를 체크하며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드 루이스의 그림/

순수, 평화, 사랑스러움.


당신의 시선이 보고 싶어요.


저는 바라는 게 별로 없어요.
붓 한 자루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아요.


모드의 삶을 다룬 영화, [내 사랑] 中




내 영혼은 아마도

바라는 게 별로 없는 삶을 원하는 듯하다.


큰 목표를 가져라.
변화하라.
더 나아져라.
빨리빨리 움직여 하나라도 더 쟁취해라.


쉴 새 없이 다그쳤지만,


모두가 좋다는 방법들은

나에겐 소용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랑해서 기대한다 생각했는데

진실한 사랑의 모습은 바람이 없는 거였다.


열심히 살아도 공허함을 느꼈던 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가만두면 알아서 움직이는 아이들처럼

삶도 그렇다.


맘껏 행복하게 놔주면 알아서 피어난다.

자기 다운 모습으로 가장 아름답게!


/

이제 목표는

'그저 지금 이 순간'


오늘을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

가능한 기쁨과 사랑을 선택하고

그렇지 못할 때라도 수용과 감사를 선택할 것.


몰입과 여유를 번갈아가며

일과 쉼을 즐기는 삶.


어울리지 않게 누구를 위로하고 충고하고

그러면서 그가 나아지기를 '기대'하지 말고,


내가 느낀 아름다운 세상

기적과도 같은 은총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





당신의 시선을 보고 싶어요.


산드라(모드의 친구)와 같은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쓸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내가 되기를.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진짜 행복은

지금 여기서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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