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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Nov 30. 2023

내 시간, 내 일에 대한 욕심(희생에서 헌신으로)

'억지로'말고 '기꺼이'

(지민): "엄마 이것 봐봐. 나 오늘 자동차 만들었어!"

(은영): "(보지도 않고)와, 잘 만들었네, 밥 먹고 보여주라~"


(지민): "싫어~ 귀찮아. 좀만 더 안아줘!!"

(은영): "제발... 빨리빨리. 씻자. 응?"


남편이 퇴근하는 오후 5시 50분쯤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방금 태권도에 다녀온 아이를 목욕시키고

머리를 말리고 깔끔하게 내복을 입히고

저녁상은 이제 바로 먹을 수 있게끔 준비해 놔야지.

물론 집안도 말끔히 정돈되어 있어야 해.


후~~

시간이 없을수록 원망과 스트레스가 하늘로 솟는다.

다행히 클리어!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그날은 첫째도 방학 중이라,

'하루 종일 내 시간이란 없었다'

억울함까지 겹쳤다.



5년 전,


입덧을 하면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그만두며 누리게 된 자유는 꿀맛이었다.


잠시 동안은 '육아가 체질인가?' 싶기도 했지만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하다 보니

은영에게도 생산적인 뭔가가 간질거렸다.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책을 읽고 비밀글을 남겼. 아이가 6개월  자격증을 따고 유튜브도 시작했다.


채널의 성장은 더뎠지만, 영상을 올리는 게 재미있었다. 가끔씩 도움을 받았다는 진심 어린 메일을 받을 때면 뿌듯했고, 이를 계기로 출판 제의도 받게 되었다.


글을 쓰는 기쁨을 그때 알았다. 돌도 되지 않은 둘째 아이를 안고 밤새 수유하며 글을 썼다.


제발, 엄마 좀 도와줘


일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단지 은영은 글을 쓰지 말라고 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일을 줄이라고 할까 봐... 어려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때쯤이 시작이었다.


 시간,  일에 대한 욕심.


하루 대부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아주 조금 내 시간만큼은 침범하지 말았으면.


내가 잘할 수 있단 걸 보여줄 거야!

(겉으론) 취미인 척

(속으론) 집착의 시작


육아와 살림이

서서히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경직된 태도를 만들고

단단한 껍질로 인해 피해의식이 생겨났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족을 돌보는 일이

더 이상 기쁨으로 하는 헌신이 아니라

요구에 맞춘 희생이 되었던 것이다.


난 천사 와이프니까. 가정적인 남편에 맞춰 깨끗한 살림, 기본적인 집안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피해가 없도록! 그렇게 기본은 꼭 지켰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코로나가 닥쳐 온 가족이 격리되어 있을 때나, 가족 중 누구라도 아픈 일이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때면 강한 저항감과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머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임을 아는데

마음은 기꺼이가 아닌 억지로라 티가 났다.


남편은 이기적인 은영에게 서운했고

은영은 아내의 꿈을 응원하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했다.


팽팽한 줄다리기였다.



다시, 오늘


은영은 끝방으로 들어가 긴 호흡을 했다. 경직된 어깨를 양손으로 주물거렀다. 거울을 보며 굳은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본다.


쳐내듯이 집안일을 끝내고 긴장이 남은 상태,

이런 상황에서는 신체 이완이 효과가 좋다.


'그래 은영아, 행복한 저녁을 망치지 말자!'


그렇게 방을 나서는데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방에서 뭐 한 거야? 건조대 위 이불, 진즉 다 말랐던데.. 안 보이나? 당신은 정말 할 일만 할 뿐이지 살림엔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퉁명스러운 남편의 말에 눌렀던 미움이 폭발한다.


'안 그래도 버거운 거 꾹 참고 노력하는데, 저 사람은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 걸까? 잔소리쟁이. 진짜 이해심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없지...'


방을 나오기 전 다짐 덕분인지 꽉 찬 '화'는 다행히 밖으로 쏟아지진 않았다.


그래. 이건 '화'야.

나의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화'

이런저런 판단을 하지 말고 상황만 보자.

질문에 대한 답만 하자.


"응 이불이 다 말렀는지 몰랐네. 급하게 저녁 준비하고 아이들 챙기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 얼굴 펴려고 거울 좀 보고 왔어."


이쪽의 반응이 약하자

저쪽의 반응도 수그러졌다.


그렇게 무사히 폭발을 넘긴 후,

저녁을 먹고 은영은 남편의 옆에 앉았다.


솔직하고 진지하게.

불편해도 마음속에 있는 말 꺼내놓기!


이것 역시 결혼 생활 6년 만에 터득한

잘 지내기 기술이다.


(은영): "여보, 난 이제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예전 같은 피해의식은 많이 줄었는데 말이야. 아직까지 집안일이 '해야 할 일'처럼 느껴져.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일. 최소한으로 하고픈 일."


(남편): "당신은 집안일에서 주체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마치 누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내가 시킨 게 아닌데 당신 혼자 이런저런 규칙을 정해놓고 이러면 남편이 싫어하겠지? 란 생각으로 하는 거지? 그러지 말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한다는 마음, 이렇게 하면 남편이 좋아하겠지? 란 생각으로 해봐.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순간 은영은 할 말을 잃었다.


주체가 되는 것. 사랑하는 것.

사랑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주는 것.


은영이 아는 행복의 조건이었다.


그래, 인정!!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그 부족한 마음까지 솔직히 터놓기로 했다.


(은영): "가족에게 헌신하는 게 즐거운 사람도 있지. 노력하지 않아도 그게 자연스러운 사람. 그런데 말이야. 나 같은 사람도 있잖아. 내 일도 중요하고 내 일을 하는 데서 더 즐거움을 얻는 사람 말이야. 나는 사실 이 정도 당신 기준에 맞추기도 참 힘들었거든."


(남편): "글쎄... 내 스타일, 나는 이런 사람. 이런 고정관념을 좀 깨야 하는 거 아닐까?"


앗, 이것도 마음 공부하며 내내 배운 것 아닌가?


이제껏 쌓아 온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

개인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

의식의 확장.


눈앞의 이득보다 나의 세상이 행복한 길,

모두가 행복한 길을 도모할 것!


그럴 때 세상은

생각지도 못한 '복'을 준다는 것


이것도 인정




저항하는 것은 끌려온다.


말 그대로 은영은


뭘 하려고 하면,

꼭 일이 생기는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원망이 늘어갈수록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 상황이 생겼다.


부딪히고 부서지고 갈등을 겪으며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는 [해님과 바람]의 바람과 같아.

억지로 힘을 주어 바람을 불려한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는 없지.


다시 힘을 빼고 따뜻한 온기와 사랑으로

내 꿈과 나의 가족을 품어야 해.

그렇게 할 때 나의 일도 존중받을 수 있을 거야.


내 시간, 내 공간, 내 거! 내 거!

내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가족의 응원과 배려 속에서


결국 그게 가장 좋은 길이고

가장 빠른 길임을 안다.


억지로 하는 희생이 아니라

기꺼이 하는 헌신으로_


기쁨으로 하는 그때

세상은 늘,

더 큰 보상을 주었으니까.


다시 삶을 믿어보기로 한다.



육아와 살림도 회사 일도

심지어 스스로 계획한 꿈과 목표도

모든 일에는 하기 싫은 부분이 존재한다.


- 먹고 사느라 어쩔 수 없이

- 부장이 시키니까


하기 싫은 일의 이면에는

'억지로, 어쩔 수 없이, 죽어라, 의지로'

와 같은 단어가 붙는다.


-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

- 가족을 위한 나의 희생.


'희생'하느라 행복하지 않다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부장이 싫어하겠지?"에서

-> "이렇게 하면 부장이 좋아하겠지?"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겠지."에서

-> "이렇게 하면 오늘 하루가 뿌듯하겠지?"로


희생에서 헌신으로!

행동의 동기를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본성은 사랑이어서,

사랑을 실천할 때 기쁨이 솟아나니까.


그 힘으로 기꺼이_

그냥 하는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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