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 "여보, 난 이제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예전 같은 피해의식은 많이 줄었는데 말이야. 아직까지 집안일이 '해야 할 일'처럼 느껴져.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일. 최소한으로 하고픈 일."
(남편): "당신은 집안일에서 주체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마치 누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내가 시킨 게 아닌데 당신 혼자 이런저런 규칙을 정해놓고 이러면 남편이 싫어하겠지? 란 생각으로 하는 거지? 그러지 말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한다는 마음, 이렇게 하면 남편이 좋아하겠지? 란 생각으로 해봐.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순간 은영은 할 말을 잃었다.
주체가 되는 것. 사랑하는 것.
사랑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주는 것.
은영이 아는 행복의 조건이었다.
그래, 인정!!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그 부족한 마음까지 솔직히 터놓기로 했다.
(은영): "가족에게 헌신하는 게 즐거운 사람도 있지. 노력하지 않아도 그게 자연스러운 사람. 그런데 말이야. 나 같은 사람도 있잖아. 내 일도 중요하고 내 일을 하는 데서 더 즐거움을 얻는 사람 말이야. 나는 사실 이 정도 당신 기준에 맞추기도 참 힘들었거든."
(남편): "글쎄... 내 스타일, 나는 이런 사람. 이런 고정관념을 좀 깨야 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