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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Jun 17. 2023

수용, 상황을 바꾸는 힘

[강의 노트] 행동 감정 이완법_19강

작은 나는,

한 번도 삶을 이긴 적이 없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계획하고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되어야 한다. 해봐도


삶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는

예외 없이 좌절만을 가져왔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이 진정이 안될 때...


잠시 그랬더라도 다시 깨어나

생각과 느낌을 흘려보낼 수 있다면.


다시 삶이 나에게 하는 말을 받아들이며,

혼란스러운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최선의 방법은 저항하지 않는 것.

한 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작은 내 계산을 믿지 말고


멀리서 보고 힌트를 던져주는

삶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 힌트가 비록 지금은

절망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다시 창 밖을 보니

무서운 태풍 속이지만

흔들리며 뒤척이며

비를 맞아내고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그들은 아무 저항이 없다.

절망에 허우적거릴 시간에

차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마감을 앞두고 한참 피치를 올리려 하는데 갑자가 아이가 아픕니다. 이제 장사가 자리를 좀 잡아간다 싶었는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가 덮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는 날도 있고, 맘에 안 드는 저 인간에게 화가 치솟는 날도 있습니다.


삶이 뜻대로  펼쳐지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고치려 애쓰거나 분노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 해야 하는데, ~ 했어야 했는데... 저 사람이 왜 하필 저러는지, 저 일이 왜 하필 지금 일어나는지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역시 난 뭘 해도 안돼!'라고 하면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길 뿐이죠.


비가 내린다면 당신은 그 일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우산을 갖고 가든지 택시를 타겠지요. 비와 싸운다거나 비를 이기려고 하는 일은 무익합니다. 현재 당신은 비와 싸우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것만이 힘이라고 믿으면서 자기가 이겼다고 믿는 것 같은데, 실제로 당신의 승리는 누구보다도 당신 자신에게 가장 해를 주고 있습니다.

- 아들러 심리학 입문 中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항상 꽃 길을 걷기를 바라기보다는 폭풍 속을 걷더라도 비바람에 잘 대처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값진 지혜일 것입니다.

 

유연해질 것


현실적인 제약을 대하는 최고의 방법은 '수용하는 것'입니다. 수용한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감싸 안겠다는 의미입니다. 저 인간을 피해 퇴사를 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보겠다는 뜻입니다. '그래 받아들이자.' 하고 마음을 내면 다음 행동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화를 낼 시간에 다음 스텝 혹은 대응 방안을 생각합니다.


여기에 좋은 해석을 곁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오히려 좋아', '더 잘 되라고 하는 거야.' '이 상황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발생한 걸까?' '이번 기회에 내가 이런 것을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이에게 고통은 훌륭한 성장의 거름이 됩니다.



받아들임(수용) : 내 뜻보다 더 큰 뜻을 믿는 것.


아, 왜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거야

부장아, 나 좀 고만 불러!

신입은 왜 이리 질문이 많지?

가족들이 모두 나의 방해꾼들이군


늘 잘 맞는 사람과 함께, 마음먹은 대로 척척. 모든 상황이 내 뜻대로 펼쳐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이게 좋다'라는 판단과 '꼭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태도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차단하고 기회를 막기도 합니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존재일수록 수동적으로 외부 상황이 다가오는 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서 때로는 불안을 느끼고 걱정하고 초조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 영향을 차단해야 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외부의 영향을 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신체나 정신의 역능이 성장합니다. 외부의 영향은 불안의 촉매제가 아니라 변용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색다른 흐름 속에서 내가 가진 고정된 틀을 깨고 유연한 신체를 가질 때 불안은 종식되고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부드러움은 변용의 능력 속에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변용은 사랑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승철, <눈물 닦고 스피노자> 中


수용(받아들임)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변화를 만들죠. 행인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갑고 강한 바람이 아니라 해님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이었어요.




결혼 후에도 일 욕심이 많던 저는 줄곧 상황을 원망했습니다. '아이가 하루 종일 옆에 있어서, 남편이 지원해 주지 않아서, 오롯한 내 시간이 전혀 없어서, 하필 큰 아이의 방학이라서.... '그렇게 피해자가 될수록 원치 않는 상황은 더욱 자주 발생했고, 저는 매일 속으로, 때론 겉으로 자신과 가족들을 괴롭혀왔습니다.



뜻밖의 선물: 원치 않던 상황이 성장을 가져온다.


나만의 시간에 대한 간절함으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며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어려운 시간을 살아내며 몰랐던 나를 알게 되었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삶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만의 시간이 간절하지 않았다면, 굳이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뜻밖의 선물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를 성장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원망스러운 현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어요.


삶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을 준다고 했습니다. 작은 나는 계산하고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저항하느라 에너지 낭비하지 마세요. 수용하고 이완하세요. 삶에 대한 신뢰가 커질수록 점점 더 편안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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