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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May 20. 2024

글에 숨다.

함축적이기엔 드러내고 싶고 설명하기엔 부끄러운

글을 쓰고 싶지가 않아 졌습니다.


위험한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무슨 사연인지 길거리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여자,

상스러운 말을 하며 큰 소리로 껄껄대는 남자들.


절뚝이며 걸음을 옮기는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고생스러운 세월을 따라

굽은 허리를 지고 가시는 할머니를 보고서.


연민인지

특권의식인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떠올라...


뽀얀 노트북을 열어


가난은 지독함과 어울린다고

불행은 회색이라고

터벅터벅 적던 내가 떠올라,


혼란 섞인 부끄러움

조각조각난 신념들이 이상하게 섞여

무슨 감정인지 모르지만...


뽀얀 노트북을 그냥 덮고만 싶습니다.


나의 여행은 현실과 닮았고,

나의 일상은 이상과 닮았습니다.


꿈같은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도 못되어


산책을 하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빨래를 개다가도


문득 생각을 잡아 옮겨 적는 나를 봅니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가장 티가 나는 글을 씁니다.


함축적이기엔 드러내고 싶고

설명하기엔 부끄러운 글을 씁니다.


굳이 쓸데없이 솔직해져야 할...

울컥이는 글을 씁니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리겠지요.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다면 음악을 만들 거예요.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글을 씁니다.

가장 티가 나는 글을 씁니다.


글을 써야 하나 봅니다.


솔직한 글 속에

조용히 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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