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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Nov 22. 2023

균형을 찾을 때 움직이기 시작한다.(반대편 인정하기)

평온한 움직임

"이 찌꺼기야~!"


6살 아들이 형아를 공격할 때 하는 말이에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 글이 찌꺼기가 아닐까.'


아니 자주 하곤 하죠.


쓰레기 같은 정보 더미,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하나의 쓸모없음을 더 보태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개인적인 건 아닐까?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기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꿈을 찾는 일에서도

직업 선택에서도 그랬어요.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거죠.


남들은 뚜벅뚜벅 잘만 걸어가는데,

누군가는 훌쩍훌쩍 뛰어가는데,

저는 왜 이리 의미가 많고 더딘 걸까요?

무엇이 두려워서 주저하는 걸까요?


시간이 흘러 알아가고 있어요.


불완전해서 완전해요.

확신이 없기에 현명해요.

흔들리니까 아름다워요.



글만 보다 실제로 저를 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밝다고 놀라요.

사실은 가볍고 단순한 사람이죠.

코믹 춤도 잘 추고, 웃음도 많아요.

한번 빵 터지면 그치지 못해서 문제지만요.


어두움과 약함을 드러내는 건

그 마음의 갈등과 고통이

저를 단련시켰기 때문이에요.


부정적 감정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맞아들여 느껴야 하는 것이었어요.


날 좀 보라고

날 좀 알아달라고

외면하고 억누르니

웃음처럼 빵 터졌던 거예요.


그 고마운 감정들과 상처들을

일부로 기억하여 기록해요.

약한 나를 인정할 때

진정으로 강해짐을 알았으니까요.


모두가 같을 필요 없어요.

당신만의 방법을 쓰세요.


더욱 간절해져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간절해서 힘을 빼야 하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이를 갈고 의지를 다져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애를 쓰니 그냥 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확고한 목표와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알 수 없어도 그저 오늘의 계획이 

하루를 살 게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해야 하니까

하지 못했던 거예요.


저의 진정한 자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받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의미가 없어도 글을 쓰고 싶어 했어요.


무언가를 해야만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규정을 가하고 있기에

그렇게 뱅뱅 돌고 있었어요.


허락해 주세요.

인정해 주세요.


하지 말라 / 해라

이게 좋다 /저건 나쁘다.

판단과 규정을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세요.

100프로 내 편이 되어 주세요.


그것이 사랑이에요.


잘되라고 채찍질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되든/ 안 되는 똑같은 게 사랑이라고요.


한 번에 되지 않을 거예요.


다시 힘들 때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주세요.


불완전하기에 완전하고

흔들리기에 아름답다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용기를 내자고.


조건을 갖춰야만 행복한 게 아니었어요.

결핍을 채워야만 온전해지는 게 아니었어요.


지금 이 순간 행복은 여기 있고,

결핍을 가진 채로 온전해요.

그것이 아니라 믿고

과거로 미래로 가려니 두려웠어요.





균형이 필요했다.


훌륭해야 하고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저편에


반대의 생각을 앉혔다.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시간이 부족해도 괜찮아.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아.

의미가 없어도 괜찮아.

도움이 못되어도 괜찮아.


인정하기 싫었고

익숙하지 않았지만

안간힘을 썼다.


한쪽으로 치우쳐 멈춰있던 시소는

균형을 찾으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착과 저항 없는

평온한 움직임이었다.


표지를 만들어주신 꿍대표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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