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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부해 논란으로 본 대통령실의 문제

대통령 측근인사의 선호나 편의보다는 공익성을 중심에 두어야

by 심준경

냉부해 논란이 이번 추석의 가장 큰 화두였다. 국정자원 화재를 이유로 녹화와 편성을 일주일 정도 연기했으면 좋았으리라, 프로그램 측도 큰 이견 없이 수용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시간에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관련자 면담을 했으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인지 다 알고 난 후의 나라면 어떻게 제안했을까의 문제이며, 지금의 야권과 같이 크게 비판해야만 할 문제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사회적 재난 시점에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탓한 이유는 사회적 재난이 일어날 때에 긴급하게 사회적 자원을 투여해야 할 수 있기에 탓했던 것이지, 수습 시점에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지탄한 일은 드물다.

내가 크게 보는 요소는 왜 하필이면 출연 프로그램이 냉부해여야 했냐는 것이었다. K-푸드 홍보가 이유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좀 어색한 이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가 만약 한국의 글로벌 스타가 좋아서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외국인이라면, 되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은 관심 밖의 인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골몰하는 정치 고관심층은 외국의 정치인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의 정치인에 대해서 그리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가진 한정된 자원 속을 가지고, 꼭 그 주제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힘을 써야 했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봐도 그렇다. 원래 누군가의 냉장고에 있는 흔한 식재료로 제한된 시간에 흔치 않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재미라면 재미고, 대략 1%의 시청자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비록 시청률은 높았을지라도, 정치 고관심층의 흥미 유발을 위해 이 프로그램 기존 시청자들이 추구하던 리얼리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이 편성된 측면이 있다. 물론 누군가의 냉장고에나 있을 법한 식재료가 사용되기도 했고, 그걸로 흔치 않은 음식을 만든 것도 맞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추구하던 리얼리티는 누군가의 냉장고를 가져오지 않음으로써 훼손된 측면이 있다.

왜 하필이면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현했는지는 사실 JTBC 대표 출신인 이규현 홍보수석의 선호 내지는 편의가 컸을 것이라는 추측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통령의 예능 출현의 긍정적인 상은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에 나온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딱 국내용으로 한정된 자신에 대한 관심에 알맞게 한국인들에게 책을 읽자는 좋은 메시지를 담은 예능에 나온 것이다. 당시 느낌표 선정 도서를 사모으던 어린 시절의 나도 별다른 이질감 없이 해당 회차를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의 냉부해 출현은 대통령실 인사의 선호나 편의가 반영되었다고 보지 않으면 납득하기 어렵다.

김현지 부속실장의 논란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보인다. 대통령실의 인사가 너무 측근의 선호나 편의에 맞게 행사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도 한정된 자원을 가진 존재이다. 나름의 충심으로 충언을 하자면, 나름대로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더라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한정된 자원이 대통령이나 측근의 편의에 맞추어서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된다. 그 목적이나 과정이 모두 공익적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대통령이 가진 한정된 자원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뒷말도 덜 나온다. 그런다고 무슨 K-푸드 홍보가 되겠냐는 지금의 빈정거림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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