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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사잡썰

근린외교는 여전히 중요하다

by 심준경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안의 내용 자체는 상호주의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취지 속에 만들어졌다. 외국인의 국민건강보험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법안, 한국인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이 영주권을 갖고 있더라도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법안,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매집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해 실제 거주 여부 확인과 자금 조달 경로 및 규제 대상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그러나 법안의 자구는 모두 외국인을 대상으로 상호주의를 내세웠음에도, 이 법안들에 '중국인 쇼핑 방지'라는 프레이밍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 정치 제도, 부동산 제도를 철저히 악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인식을 활용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법안의 내용과는 별개로 외국인을 중국인으로 특정하여 홍보한 것은 사회 일각에서 확장되고 있는 반중 정서애 소구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나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중국의 부상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바다를 건너면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패권을 넘보는 국가가 되는 것은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되는 일이다. 외교적인 제약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세계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들을 제외하면, 각 국가가 주권 국가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원리 속에서 외교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간혹 과거의 중화주의 세계관에 입각한 '대국'과 '소국'이라는 말을 공식적인 외교 메시지에도 사용하는 등, 국가의 주권을 무시하는 언사도 보여왔다. 중국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서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함부로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린 외교는 여전히 중요하다. 인접한 국가와 평화적,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의 안보 전략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무역이나 산업 협력에 있어서 가까운 거리는 경제적인 비용을 줄여준다. 그렇기에 가까운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무역과 산업 협력 등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걱정이 되는 부분들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지라도, 전체적인 우호 관계는 유지하고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그 국가와 함께 갈등하는 요인과 그 국가에 대한 감정은 분리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가의 정치적인 리더로서 이를 명확히 구분 짓고, 인접국가와는 교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청년 세대에 늘어나고 있는 반중 정서에 소구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프레이밍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도움이 될지언정,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그와 같은 언행은 정치인을 정치적인 리더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생활인 정도로 생각할 때에야 비로소 납득이 가능한 행태다.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프레이밍을 당론으로 정하려 하고 있다. 공당으로써 지탄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그리고 기성세대들 또한 가까운 나라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활용하는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최혁진 의원은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추천과 임명에 "김건희 여사의 계부 김충식"이 연결되었으며 "김충식은 일본 천황가와도 연결이 되어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친일보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선택이었다"고 핏대 세워 말했다. 또한, 이를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던 조희대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피켓으로 만들어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했다.


다행히도 이번 그의 과격하고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하여, 민주당에서도 선을 긋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터무니없는 행태를 최혁진 의원이 보인 것은 기존에 여당이 반일감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왔기에 그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임에는 명확하다. 정치권이 이웃국가에 대한 반대 정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은 국가의 정치적인 리더이다. 근린 외교는 국가 전체에 이득이 되는 일인 만큼, 이웃 국가와 적대적인 감정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이웃 국가가 국가적인 이익이나, 공동체적인 가치를 해치는 요소만 정확하게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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