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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사잡썰

훗날, 오늘의 역사를 기록할 사람들은 청년 세대다

조국 전 대표 사면 메시지를 보고 든 생각

by 심준경

조국 전 대표가 사면되었다.


어차피 이재명 대통령 당선되고 난 후에 조국 전 대표가 사면될 줄 알았다. 다만, 딱히 이 대통령도 원하지 않을 만한 시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개적 사면 요청, 그로 인한 민주당 내 4050 지지층의 여론 확산이 큰 영향을 미쳐 빠른 사면이 되었단 것.


이야기를 듣자하니,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조국 전 대표 수감 이후 뚝 떨어져서 3퍼센트 대라고... 친문 세력 불씨를 겨우 조국혁신당으로 살리게 된 문 전 대통령인데... 빨리 조국이 사면되어야 그 세력이 계속 건재하리라는 셈법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뭐... 어차피 난 조국 전 대표는 절대 반성하지 않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깜방에 8개월 있다가 나오나, 1년 있다가 나오나, 2년 후에 나오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 양반들, 본인들로 인해 나라 두 쪽 날 정도로 큰 논란을 벌인 걸 반성할 인간들도 아니고...


국민의 힘에게 선거 치료가 필요하듯이, 조국 일가에도 선거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참.... 사면이라고 보기는 민망할 정도로 성대한 행사를 치루는 것 같더라.


아무리 봐도 깜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올림픽서 금메달 따고 귀국하는 장면 같아...


그런 장면을 연출해야만 했던 게 아무래도 조국혁신당의 처지라고 생각이 든다.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생각했다면, 그렇게 꽃다발을 거는 장면을 연출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진짜 이건 뭐냐... 싶을 정도로 성대한 행사를 치뤄, 나름 사면을 반대하던 입장에 있던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면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도 이번 갤럽 정기조사에서 다루었다. 여론조사 수치로는 찬성 43%, 반대 48%


나름대로 비등비등해 보인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비등비등해보인다.


그러나 차근차근 살피면, 조금은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8월 15일 한국갤럽_3.jpg

무당층의 63퍼센트는 사면에 반대한다. 평소에 정치에 많이 있다, 혹은 약간 있다라고 응답한 층에서는 비등비등한 결과를 보이지만,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거나 전혀 없다고 말한 층에서는 확연하게 차이난다.


그런데 응답자 수로 한 번 보자... 전체가 1,007명이다. 그런데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217명, 약간 있다고 응답한 사람 495명, 별로 없다고 말한 사람 199명, 전혀 없거나 모른다 96명.


이 응답자 셈플대로라면, 한국서 만나는 사람 10명 중 7명은 정치에 관심이 약간이라도 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정치에 좀처럼 관심 없는 사람도 가서 투표는 하고 오는 비율이 제법 있는 총선도 투표율이 67%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정치 관심층의 비율은 70%를 넘길 것인가?


이건 분명히 여론조사 상의 한계다. 그리고 조사된 바에 따르면,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일 수록, 조국 전 대표의 행적에 대해 아니꼽게 볼 가능성이 높다. 퍼플렉시티를 통해 정치관심층(많이 있다 + 약간 있다)의 비율을 50퍼센트로만 낮춰본 이후 사면 찬성과 반대 비율을 계산해보라고 한 결과, 나온 찬반 비율은 36:50 정도로 나왔다.


정치관심층의 실제 비율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명 그 행사를 지켜볼 때에 반감을 가질 유권자는 50 퍼센트 이상이리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개선장군처럼 나와서 말하는 조국 전 대표의 모습에 대해 속으로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와 같이 성대한 사면식(?)을 연 것은 아무래도 조국혁신당의 초조함일 것이다.


조국 전 대표가 구속된 이후로 좀처럼 얻기 힘들었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그렇기에 기존의 지지층이라도 보고 다시 와달라고 그런 행사를 연 것 같았다.


그러나 되돌아올 지지층보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을 더 많이 만든 행사였을 테다.


지난 총선은 민주당 내부의 세력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상황에 대한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


중도보수 중에서 정치에 관심이 적은 사람을 투표장에서 이탈하게 만든 윤석열 정부의 행태 등등을 고려해야


조국혁신당의 선전을 이해할 수 있다. 조국 전 대표의 인기로 얻은 결과가 아니다.





30대의 62%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국 전 대표의 딸 조민 씨가 한국 나이로 딱 30대의 중심에 있는 35세다.


나랑 비슷한 나이이기에, 대학 때 친했던 형 중에는 심지어 고등학교 다닐 때 조민과 같은 반이었던 형도 있었다.


그렇기에 30대들이 가지는 입시에 대한 약간의 트라우마적인 느낌을 안다.


아니, 나를 그렇게 아끼고 아껴주던 부모님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강박적으로 성적을 가지고 뭐라 한단 말인가...


하던 느낌? 나의 인생이 고작 10대인 지금에 전부 다 달려있다니 하던 느낌.


조국 전 대표는 출소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오늘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 해온 검찰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안타깝지만 아닐 것이라 나는 믿는다.


지금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기성세대이리라. 조국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한 60% 가까운 지지를 보낸 4050세대들.


그러나 지금의 순간들을 역사로 기록해나가는 것은 그 후 세대이리라고 믿는다. 그 다음 세대의 관점에서 역사가 서술되리라고. 60%의 반대를 보낸 30대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어.


그러니 지금의 조국 전 대표의 사면과 복권은 망국적 진영논리에 빠진 기성세대가, 사회 정의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다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난 믿는다.


조국 전 대표의 사면으로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정치권 전반에 강화시켰다고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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