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왜 노잼의 도시가 되었는가를 질문하기에 앞서서 질문해야 할 여러 가지들이 있다. 과연 한국에서 지방의 도시들은 유잼인가?
인구가 80만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일단 내부의 경제 순환만으로도 경제가 제법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문화정책도 내부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꾸리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모으지는 않는다. 세종시는 인구가 30만이여도 대부분 사람들이 중산층의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정도 되는 도시는 문화정책을 내부 수요를 위해 만든다. 이게 깨지는 건 대충 300만 언저리가 아닐까 싶다. 부산과 인천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도 많이 만드는듯.
당장에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을 보라. 전주 60만 도시, 포항 50만 도시, 군산 25만 도시, 목포 21만 도시, 순천 27만 도시, 안동 15만 도시.
80만명이 넘어가는 도시들을 보자. 청주 85만 - 관광지로는 안 유명함. 창원 100만 - 진해 군항제 정도가 인지도 있음, 울산 - 대전 뺨치는 노잼의 도시로 명성, 광주 - 정치적인 이유로 5.18 유적을 관광지로 많이 개발하지만, 이외에는 생각나는 관광지 잘 없음. 대구 - 그래도 관광객 유치를 하는 편이지만 유잼 소리를 듣지는 못함.
이급의 도시들은 문화정책 당국이 내부의 수요를 해결하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짓고 도서관 정책하고 등등.
이 상황에서 2010년대부터 레일로 여행이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 수도권의 청년들이 레일로 여행을 하다가 저기 남쪽에 도시들을 여행하고,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레일로 티켓을 샀으니까 충청도에도 한 번은 들러야겠지. 그러면 이름은 들어본 대전에 한 번 내려서 구경을 해보자.
어랏, 구경할 게 없네....
나도 살아봐서 안다. 구경할 거 없다. 사촌들 놀러오면 부모님이 구경시킬 거 없어서 그놈의 꿈돌이랜드만 맨날 보냈다. 그런데 꿈돌이랜드도 망함....
대전 = 노잼의 도시, 대명사로 쓰이기 시작한 게 대략 2010년대인 것 같다. 레일로와 대전 = 노잼의 도시는 큰 상관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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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너무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중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지방에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국가적인 사건과의 연관관계를 가지고서는 관광지가 개발되어야 한다.
내가 태어난 고장인 진주만 해도 그렇다. 진주를 관광하러 가면 진주성에 가서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의 현장에 가봐야지, 마스코트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이후 왜장을 끌어안고 자살한 논개이지.
그런데 논개가 무슨 요즘 관광객들의 대다수인 MZ세대 감성에 맞겠는가? 그냥 꼰대 아재들이 윗자리에 있으니까 계속 미는 거지.
진주는 고려 시대 때 제일 처음 지방관을 파견한 12목 설치 때부터 대도시였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자랑할 게 진주성 전투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냥 중앙의 시선에서 모든 게 처리되어지니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다.
나 어렸을 때는 진주의 명물, 진주 비빔밥에 대한 설명도 죄다 진주성 전투 때 김시민 장군이 고안해냈다고 적혀있었다. (주영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진주 비빔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정도부터 시작된다. 진주에 우시장이 있었고, 기생집들이 있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무조건 중앙에서 관심가질만한 큰 사건과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진주에도 사실 재미난 사건은 있었다. 형평사 운동만 해도 재미나고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 몇 해 전에 조명받았던 다큐 '어른 김장하'도 형평운동과 관련이 깊은 어르신 이야기다. 그런데 진주시에서는 형평운동 관련 유적을 관광지로 많이 개발하거나 밀지는 않는듯.
외국인의 국내 관광의 대부분은 서울, 아니면 서울-인천 선에서 끝나는 듯하다. 그 이유는 우리 나라가 수도에서 보는 하나의 시선으로만 역사를 기록하고 유적들을 만들어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서울 말고는 죄다 노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