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상의 기록
떠오르는 잔상이 글로 표현되지 않을 때 결핍을 느낀다. 장면은 선명한데 묘사할 수 없을 때. 딱 맞는 단어를 찾을 수 없을 때. 온전히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무수히 많은 결핍 중 그 부분이 유독 두드러질 때면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다.
모국어인 한글이 갑자기 낯설다.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일까. 그림으로도 부족할 때, 채우고 싶은 몇 프로가 완성되지 않을 때, 답답하고 화나고 무기력해진다. 당장 책을 꺼내 크게 글자를 읽는다. 활자와 내용이 머릿속에서 따로 놀고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진다.
결핍이 능력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인내의 시간. 한계에 부딪혀 머리를 부여잡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나를 성장시킬 것이기에.
언제쯤 나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떤 겉치레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감정만 앞서지 않은 어른스러운 침착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