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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 Ko Jan 07. 2021

내가 만난 이상향, 치앙마이

간판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가게


지나가다 들린 5평 남짓한 이 작은 가게에서 나는 이전과는 다른 신세계를 경험했다. 주문하려고 한참을 기다리니 어디선가 세상 욕심 하나 없어 보이는 착한 얼굴의 주인이 아저씨가 인사를 건넨다.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주인아저씨의 메뉴판에는 주스 한잔에 45밧, 한화로 겨우 1600원. 맛이 없어도 용서할 것 같은 가격이었다. 많이 걷느라 당 충전이 필요했던 난 별 기대 없이 망고주스를 주문했다. 직접 망고를 따러갔나 할 정도로 한참 걸렸지만, 주인아저씨는 미안한 기색 없이 다시 환한 미소로 주스를 건넸다. 목으로 넘기기 전, 입속 한가득 느껴지는 망고의 맛. 설탕 시럽만 한 가득 넣고 이름만 생과일주스라고 우기는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진짜 망고 주스였다. 주문한 즉시 진열대에 놓인 과일들로 주인아저씨의 착한 영혼까지 갈아 넣은 그야말로 망고주스 장인의 맛이었다. 망고 대신 얼음을 한가득 넣고는 그럴듯하게 가짜가 진짜인 척하는 그런 주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노란빛의 아주 잘 익은 망고가 설탕 시럽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내 생애 두 번째로 잊지 못할 망고 주스였다.(첫 번째는 아프리카에서 맛 본 망고주스다) 그게 치앙마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다시 찾은 그 동네에서 착한 미소의 주인아저씨도 가게도 볼 수 없었지만, 그 날의 맛은 아직도 생생하게 입속을 맴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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