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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녀시대 Jul 25. 2020

요가 매트만큼만 가도 절반은 YOGI

요가로 단단해지는 삶의 근육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659144


나를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은 취미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독서와 음악/영화감상인데 이건 개나 소나 다 하는 취미가 아니던가. 나도 누군가처럼 암벽 타기, 요리, 자수, 악기 연주 등등 뭔가 남다른 취미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정말 내 취미는 책/음악/영화이 전부이며 쇼핑도 취미라면 취미겠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질문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누군가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요가, 네네 요가가 제 취미랍니다. 


더 늦기 전에 학위 따겠다고 계획에도 없던 보스턴에 와서 제일 시간과 품을 많이 들인 건 학업이 아니라 요가. 고3 때 수능 끝나고 요가 학원 한 달 꼴랑 다니고 이때 마침 연예인을 앞세운 피트니스 비디오가 유행할 때라 집에서 비디오를 보고 내 마음대로 약식으로 요가를 변형시켜 매일 몸을 풀긴 했지만 스튜디오를 끊어 정식으로 배워볼 생각도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요가 스튜디오를 끊어봤다. 처음에는 그냥 한 달 트라이얼만 해보고 관두려던 요량이었다. 요가 학원도 (고릿적에) 한 달이지만 다녀봤고 요가 동작의 핵심만 담은 엑기스 비디오도 여러 개 봤겠다, 영어로 번역된 용어와 표현에만 익숙해지면 별거 아니라 자만했으나 그거슨 혼자만의 착각. 첫 몇 주는 난 누규 여긴 어디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몸부림으로 강사도 울고 나도 우는 수모를 견뎌내야 했다. 


그러다 차츰 일상의 루틴이 되기 시작하자 공부에도 안 붙던 탄력이 요가에 붙기 시작했다. 고온에서 땀 흘리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였지만 핫요가 한 번에 열반을 체험했고 이후부터 진지하게 요가가 있는 삶이 시작되었다. 세포에 찌든 독소까지 좍좍 빠지는 세척감에 중독, 코로나로 셧다운이 될 때까지 내 영혼과 지방과 근육을 모두 갈아 넣어 열과 성을 다해 언리미티드 멤버십의 뽕을 뽑았다. 아직도 문헌이 뭔지 정보가 뭔지 잘 모르겠다만 요가로 학위를 따라면 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타공인 집순이라 셧다운으로 강제 칩거를 당할 때도 크게 불편 사항이 없었으나 요가 스튜디오에 가지 못하는 게 가장 못 견디게 아쉬웠다. 학교를 못 가는 것도 식당에 못 가는 것도 뭐 그럭저럭 견디겠는데 영혼까지 착즙해서 애정해 마지않던 요가의 기쁨이 박탈당한 게 세상 서러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변통하는 게 세상 순리. 리오픈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홈트에 입교했다. 현재 나의 고우투 멘토는 요가소년과 땅끄부부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kTRKCuFrRiXQm_gMG1uDvg


https://www.youtube.com/channel/UCpg89Ys3E4BaLGgEEWVmI9g



어쨌거나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를 읽고 난 후 제일 먼저 튀어나온 외마디 절규는...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분이 다해버렸다!! 밑도 끝도 없이 선빵당한 느낌. 어쩜 이렇게 조목조목 공감 백배되는 이야기를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한발 먼저 풀어놓다니. 일러는 또 왜 이렇게 찰지게 꼭지 꼭지마다 찰떡같이 조응이 되는지, 먼저 이런 책을 내지 못한 게, 이런 그림 재주도 없는 게 배가 아파 시기 질투가 날 지경이다.


저자 말마따나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는 내 한 몸 뉘일 만큼 작고도 광활하다. 일단 매트까지 가는 게 온갖 핑계거리와 세상 귀찮음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매트에 당당히 입성해서 요가 이멀젼이 시작되면 그다음은 무아로 채색된 황홀경. 1시간가량 매트 위를 가로지르며 나만의 고유한 세계를 짓고 허무는 비움의 시간을 보낸 후 찾아오는 산뜻함은 그 무엇과 비할 게 없다. 


요가로 인생을 배웠다...고 하면 구라다. 그 경지까지 가려면 난 아직 멀었고 다만 내가 절절하게 깨우친 바가 있다면 뭐든지 꾸준히 하면 늘긴 는다는 거다. 성인이 된 이후 꾸준히 뭔가 새로운 걸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나는 주장한다). 뭐든 간에 착실히 배워보려는 마음은 늘 굴뚝같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땐 일 때문에 바빠서 심적/물리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댔고, 학교 생활을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평생 운동과 담쌓고 지내던 내가 왜 갑자기 이렇게 돌연 요가에 꽃혀 시간과 에너지를 과도하게 붓게 된 건지는 지금도 미스터리. 다만 확실한 건 꾸준히 매일매일 하다 보니 이것도 늘긴 늘더라. 이따금씩 나르시시즘이 터져 이 여세 몰아 지도자 과정까지 갈 수도 있지 않겠냐며 허파에 바람 든 과욕이 고개를 처들 때도 있지만 고난도 동작은 1도 소화 못하는 나이기에 이건 실상 망상에 불과하고, 다만 자기만족용으로 지도자 과정에 도전해볼 생각만큼은 확실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름


다시 또 책으로 돌아가 마무리 상찬을 하자면, 요가에 매료된 자라면 누구나 구구절절 공감할 에세이. 요가로 차츰차츰 삶이 달라지는 변화가 나 혼자만의 경이가 아니라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요가예찬록, 일면식 하나 없지만 요가사랑 하나만으로 대동단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동지애를 심어주는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계속해서 절찬리에 읽혀지길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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