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2020년 5월 어느 날,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는 2020년이다. 사실 이런저런 여행 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모두 꿈같은 일로 돌아갔다. 아마 모두가 그럴 것이다.
별 탈 없이 지냈다.
지난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아직까지 그러고 있는 중이다. 처음 집에서 일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재택근무는 처음이라 출퇴근 없는 삶이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는, 무엇 때문에 걱정이 앞섰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 마주 할 때 막연함과 근심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회사로 출근할 생각을 하면 오히려 조금 막막하다.
지옥철로 오는 피곤함과 어쩔 수 없이 마주 하게 되는 사람들과의 마찰은 재택근무로 인해 줄어든 건 명백한 사실이기에.
그래도 가끔 회사 동료들과 퇴근 후 간단하게 즐기던 맥주타임은 그립다.
무탈 없고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 앞에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도 되는 건가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위기 속 큰 영향이 없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엄청난 나비효과를 가져왔다. 아주 구석구석 우리 삶 속에 파고들고 있다. 내 삶도 물론 예외가 없다.
일본에 있지만 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던 한국이었기에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냥 한국 어느 다른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 정도로 살았었다.
모든 항공기가 멈췄고 한국으로 가는 길은 막혔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던 가족들이었다.
지금 하염없이 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작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일상 하나가 무너졌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볼 때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그럴 때면 엄마와 아빠에게 전화를 걸고 안위를 확인한다. 서로에 건강함을 확인해야 나도, 엄마도 그리고 아빠도 모두 안심이 된다. “더 바랄 것이 없다. 건강만 한다면.”이라는 통상적으로 서로에게 던지는 그 말이, 이제는 그냥 허공 속에 던지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마음속 진심으로 바라는 일이란 것쯤은 느낄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 굳게 닫혀 있는 동네 가게들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월세는 어떡해 감당하고 있을까, 가게를 닫아놓으면 생활은 어찌하고 있을까.
사람은 참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문 닫힌 가게들을 보며 걱정이 들다가도 내 생활에 적용해 본다. 그래 나는 적어도 별다른 타격 없이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네 하며, 말이다.
남에 힘듦을 보며 내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는 꼴이라니.. 사람은 참 이타적인 존재임을 재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일상은 나를 지켜주는 가장 큰 원동력임을 느낀다.
이 작은 하루, 아무 드라마 없이 매일 돌아가는 하루, 그저 숨 쉬듯, 감사함을 모르고 지냈다. 때론 지루하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내 삶은 왜 이리 평범할까 하며 한탄을 했던 적도 많다.
하지만, 별 다를 바 없는 일상, 좋아하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잔 사 마실 수 있는 여유,
엄청나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달 노동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땀을 흘릴 수 있는 일상,
휴가를 기다리며 여행 계획을 짜는 일,
보고 싶은 가족을 보러 가는 일에 특별히 염려가 없던 것.
그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나를 지탱해 주고 원동력이 되어 준다는 걸,
왜 폭풍이 휩쓸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