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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ug 19. 2016

도시의 법칙

도시여행자. 파리-베이징-뉴욕-런던을 여행하는 법

아직까지 많은 도시들을 다 가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돌아본 도시들에는 한 가지 공통의 법칙이 존재한다.

일종의 도시의 법칙(?) 이랄까. 바로 예술가들의 만들어 놓은 지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파리에 갔을 때 마레지구가 그랬다.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진 동네라고 한다. 마레지구를 거닐다 보면 유난히 동성연애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예술가들 중에는 동성연애자들이 많기 때문에 유독 이 곳에서는 동성연애 커플들이 많다고 한다.

<파리의 마레지구>


중국의 베이징 역시 다르지 않았다.

베이징의 798은 예술의 거리로 통한단다. 냉전 시대에 무기 공장들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냉전이 끝나고 공장들이 외부로 이동해 나가면서 2000년대 많은 예술가들이 임대계약으로 이곳에 갤러리와 작업공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단다. 798 거리를 갔을 때, 무기 공장들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에 놓은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었다. 노천카페와 갤러리가 즐비해 있는 798의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이 곳이 중국인가 하는 생각도 일게 한다.


<베이징의 798거리>


뉴욕의 윌리엄스버그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은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예술가들이 살고 싶은 꿈의 도시이지 않을까, 아마 뉴욕 그 자체가 예술가들 공간일 것이다. 어쨌든 뉴욕도 소호라는 거리에서 예술가들의 공간이 시작되었고, 소호가 점점 상업화되면서 비싼 물가를 견디지 못한 예술가들이 브루클린으로 그리고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로 그 무대를 옮겨 가고 있다고 한다. 윌리암스 버그 동쪽은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가들 공간으로 예전 공장 지역이란다. 겉은 공장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공간 내부는 그들만의 멋진 예술 공간으로 바꾸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런던, 쇼디치를 걷고 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런던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이다. 어학연수 시절 만났고 페이스북으로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었다. 3년 전, 9년 만에 어학연수 이후 처음으로 런던으로 여행을 왔었고 이 친구를 만났었다. 9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도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오고 갔었다. 당시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 졸업 후 생애 첫 직장을 구했다. 1년 반이라는 첫 커리어의 시작과 마침표를 끊고, 경영학 석사라는 가방끈 하나를 추가했다. 그리고 다시금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3년 전 내 기억 속 런던은 언제나 2004년 그때 그 모습, 그 사람들, 그리고 그 냄새 그대로 멈춰 있었다. 모든 것들이 엊그제 일들처럼 생생했었다. 그리고 9년 전 헤어졌던 친구를 9년 만에 다시 만났었다. 내 기억뿐만 아니라 그의 기억도 그곳에 함께 있었다. 마치 모든 게 어제 일어났던 일들처럼 우리는 서로를 마주 했었다. 분명 그의 삶에도 9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마치 일주일 전 헤어졌던 사람들처럼 예전의 친구들을 그리고 함께 했던 추억을 이야기했고 또다시 9년 후가 될지 모르는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졌었다. 그리고 3년 만의 다시 런던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마치 한 달 만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서로를 대했고 9년 전이 아닌 3년 전에 만남을 이야기했다.



내가 그를 만난 곳은 런던의 리버풀역이었다. 리버풀 역을 따라 걷다 보면 쇼디치 거리가 나온다. 쇼디치 역시 공장 지대였다고 한다. 런던 동쪽은 싼 집값 덕택에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쇼디치와 브릭 레인을 걷다 보니 어느 끝 지점에서 이란, 파키스탄, 인디언들 몰려 사는 곳에 다다르기도 했다. 쇼디치도 역시 저렴한 땅값으로 예술가들이 몰려 들어었고, 지금은 런던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가 되었다.


이런저런 서로의 안부, 쇼디치의 맛집, 영국 사람들(그 역시도 런던에서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영국에서 이방인이기에) 이야기를 나누며 리버풀 역을 따라 브릭레인-쇼디치 거리를 걸었다. 이곳은 거리 그 자체가 미술관이었다.

거리 곳곳 벽에는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져 있었다.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은 이 아트들은 쇼디치 공간에 멋지게 스며들어 있었다.

뉴욕 윌리엄스버그를 여행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런던 쇼디치도 건물 자체는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 공간을 멋지게 꾸미고 있었다. 또한 런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며, 프레따망제, costa, Nero와 같은 대형 체인 커피숍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로컬 커피숍들과 바들이 가는 길목길목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리에는 작은 마켓들이 여러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켓 공간 내부에는 스트리트 푸드,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빈티지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돈이 없는 예술가들이 직접 물건을 사고팔던 문화가 그대로 보존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릭레인의 한 서점>


일종의 도시의 법칙
도시 중심의 비싼 땅값을 피해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놓은 멋스러운 공간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의 가치를 존중해 주고,
그들만의 문화가 지속할 수 있도록 보존해 주는 것.


도시에서만 형성할 수 있고 도시에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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