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에서 국경을 넘어 헝가리로 들어왔다. 어제부터 내리던 가을비가 헝가리 지역에도 을씨년스럽게 계속 내리고 있다. 광활한 헝가리 평원이 차 창가 빗줄기 속에 두 시간 내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학창 시절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어느 소설 속 헝가리 평원 이야기가 떠 올랐다. 잠시 그 옛날 이 평원을 지배하였던 마자르(훈)족의 꿈 많은 아들이 되어 아침해가 돋는
지평선까지 원 없이 한번 달려보고 돌아왔다. 오전 11시에 이곳 수도 부다페스트에 입성을 하였다. 두나라 수도가 차로 두 시간 남짓, 생각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이번 여행의 Captain 인 Mr. Klaus 씨는 지난봄 이곳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별생각 없이 이 양반은 헝가리에서 머무를 Hotel에 도착하자마자 시가지를
가로질려 가장 가까운 다뉴브 강가로 우리를 데리고 나갔다.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다는 새 체니 다리 밑으로 우리를 바로 안내하여 주었다. 비가 추적추적 떨어지는 다리 밑으로 조용히 혼자서 다가가서 눈을 강심으로 돌렸다.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자난 번 불의의 사고로 먼 이국땅에서 유명을 달리한
26명의 영혼을 기리며 잠시 명복의 묵념을 올렸다. 특히 7살 외손녀를 품속에 꼭 껴안고 하늘나라로 떠난 어느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당시 그 할머니의 마지막 피눈물이 가슴속에 시리도록
느껴지며 한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관광을 목적으로 여기에 왔지만 가능한 여기서는 조용히 지내다가 흔적 없이 떠나가자. 추석 명절이 돌아왔는데도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역만리 하늘 위를 떠돌고 있을 안타까운 우리 동포들의 영혼을 위해서...... 2019년 9월 8일 부다페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