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기행(4)

by 김 경덕

슬로베니아(4)

이번 여행에 우리들 대장 역활을 한 Mr. Klaus 는 진짜 독일 병정같다. 이 양반은 나보다 한살 많은

1946년 섕이다.
항가리 수도 Budapest에서 슬로베니아 수도인 Ljubjana(루블랴나) 까지는 약 500km다. 여기서

이태리의 동북쪽 끝자락 해안도시 Trieste 까지는 다시 100km이다.
8시간 동만이나 이렇게 먼길을 혼자서 운전을 하였는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내륙 지역 즉 슬로베니아를 동서로 가로질러 아드리아해 끝자락에 겨우 틈을 비집고 들어앉은 이태리 고대 도시 Triesta로 나왔다.
어제밤에 아내외 한바탕 대형 설전이 벌어졌다.
저녁을 먹으려 나갔다가 텔로 돌아오는 길에 불편한 아내의 발걸음 때문에 그만 일행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어두운 밤길을 한참 동안 둘이서 헤매면서 할만한 설전이란 설전은 모두 다 치룬 후에 겨우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다.
화가 잔뜩 나 있는 집사람을 위로한답시고 호텔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Mrs.Oh가
"*하엄마, 그까짓 것 그래요."

"저는 저 충청도 사람이랑 40년을 살았어요."라고 말하며 충청도 출신인 자기 남편을 슬그머니 우리 부부 싸움판에 끌어들였다.
이 소리를 곁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하는데 그만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하고
"저는요, 충청도 짐승이랑 40년을 살고 있어요."라고 일갈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 대응할 만한 무기가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90년 초 이곳에서 일어난 유고 내전 흉내를 우리 부부가 재연한 꼴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초라하게 참패한 졸장의 모습으로 뒷 좌석에 옹크리고 앉아 때론 졸기도 하면서 지나가는 항가리 대평원 풍광만 조용히 회개하는 심정으로 즐길 수밖에 없었다.

슬로베니아는 체코의 슬로바키아와 혼돈을 일이 킬 수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국가이다.
최근에 이곳의 때 묻지 않은 동쪽 끝자락 알프스의 자연경관 때문에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동으로 뻗어오던 알프스 산맥이 발칸 반도가 시작되는 바로 이 지점에서

꼬리를 내린다. 그래서 슬로베니아는 산악지대와 평원지대가 적당히 양분된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에서 서로 가로질러 지나가다 보면 길 우측으로 멀리 올려다 보이는 슬로베니아의 알프스

연봉들, 눈으로만 바라보고만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날씨마저도 너무 맑고 화창하여 머리 바라보이는 산들과 집들이 마치 내손에 들어와 잡히는 듯

기까이 다가와 보였다.
계획된 여정 때문에 알프스 산악 지역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수도인 루블랴나를 잠깐 돌아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이곳은 한 때 사회주의 체제인 유고 연방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개방이 늦었다.

그래서인지 사회 인푸라는 아직 미흡하지만 미흡함들이 오히려 더 친근감으로 다가왔다.
다음에 필히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이곳에 다시와서
슬라브 인들도 사귀어보고 이곳 전통 음식도 실컷 먹어보고 싶다.
특히 알프스 능선을 트랙킹 할 수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지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2019. 9.9
Ljubjana를 지난 후
이태리 Trieste에서 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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