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기행(1)

by 김 경덕

크로아티아

또다시 일탈을 했다.

연말 까지는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집에서 지내려고 하였는데 그놈의 역마살 끼가 나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오늘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우랄알타이 산맥을 넘어 지금은 모스크바 동북방 약 200km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금년 새해 첫날은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 중인 딸 집에서 맞이하였다.

여기서 계속 머물다가 2월 초에는 옛 직장 동료 부부와 시드니에서 조우하여 Cruise를 타고 뉴질랜드 남 북섬을 13박 14일 동만 한 바퀴 돌았다.

3월 하순에 네팔에서 조난(?)당한 가족을 구조하려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타고 네팔로 날아갔다. 거기까지 간 김에 포카라로 들어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혼자서 2박 3일 트래킹을 하고 돌아왔다.

한 숨을 채 돌리지도 못한 4월 초에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40년 지기 필리핀 친구의 메시지를 받았다.

망설이다가 떠나기 전 얼굴을 한번 더 보기 위해 마닐라행을 서둘러 결심했다.

몰래 아기씨를 지닌 처녀처럼 핑곗거리를 대기 시작한다면 한도 끝도 없다.


이번 여행도 굳이 핑계를 둘러 댄다면 이웃에 살며 오랫동안 서로 왕래하며 가깝게 지낸 오사장 부부의 갑작스러운 권유 때문이다.

이것저것 분별도 해보지 않고 단숨에 믿습니다 하는 맘으로 동행하기로 마음을 굳혀 버렸다.


독일 뉴른베르그에 거주하는 오사장의 옛 사업 파트너였던 독일 친구(Mr. Klaus)가 자기 부부를 독일로 초대하였는데 저희 부부도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해 왔다.

단순한 독일행이 아니라 독일로 들어간 후 인근 발칸반도 국가로 자동차 여행 계획이 예정되어 있었다. 수락과 동시에 모든 일정이 순식간에 확정되었고 이 여행 일정과 비행기표를 들고 독일 친구가 겸사겸사 한국으로 직접 날아왔다.


계획된 여행지는 독일 동남부 지역에 있는 뉴른베르그를 출발하여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태리, 그리고 크로아티아 귀갓길에는 오스트리아를 경유하는 약 2주간의 긴 여정이었다.

독일 친구가 자기차를 직접 운전하여 계획한 나라들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주 목적지는 크로아티아 여러 해안에 있는 고대 도시와 카페리로 들어갈 두서너 군데 아드리아해 섬 지역이다.

사실 구라파 사람들은 그리스연안 바다보다는 이곳 크로아티아 서쪽 바다를 아드리아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이 유럽 사람들에게 사랑받기에 부족함이 없이 아름답다. 청정한 바다에다 해산물도 풍부하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자연산 굴(oyster)과 오징어 그리고 또 다른 각종 해산물이 많이 잡히거나 양식되는 지역이다.


언젠가는 이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의외로 기회가 빨리 우리에게 찾아왔다.

글재주 꾼들은 이 바다 색깔을 에메랄드, 코발트, 사파이어, 비치 색깔로 표현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곳의 석양빛을 바라보며 루비색 같다고 하지만 우린 보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거저 잔잔한 바다 그 위에 쪽빛만 있으면 된다.


홍합요리 한 접시, 튀긴 오징어 한 접시 그리고 향이 좋아 도저히 수출을 할 수 없다는 코로아티아산 White wine 한 병을 주문하면 된다. 이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더 있겠느냐?


이런 먹거리를 머릿속에 그리며, 아니 기대하며 이 찬란한 가을에 몸이 불편한 우리 부부가 무리수를 두어 가면서 까지 힘들게 트랩을 올라왔다.


기다려라!

Croatia야!

그리고

아드리아해 여러 섬들아!


2019,9,5일

루프트한자 기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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