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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물난리
by
김 경덕
Aug 12. 2019
치수사업이 제대로 되어있지 못하였던 5,60년대는 여름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가 일어났다.
내가 자란 고향도 예외는 아니었다.
낙동강 하구 지역 중 델타 지역이 시작하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지명은 대동면이지만 옛날에는 하동면이라고 불렀다.
당시 어른들은 일곱 번 물난리가 나야만 여름이 지나간다고 하였다.
특히 우리 마을은 1930년대 초 제방 공사를 할 때 제방 안쪽 즉 강변
쪽에 마을이 놓이게 되자 제방 너머로 이주하게 된 마을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인근 마을에 비해 고도가 특히 더 낮았다.
어른들은 물난리가 나면 농산물과 다른 재산에 피해가 갈까 봐서
걱정을 많이 하지만 어린이들은 그 반대로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이때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기막힌 놀이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방 안쪽 즉 강가 쪽은 평소에 농사를 짓는 상당한 규모의 하천부지다.
논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밭이다.
상류에 내린 비가 강 지류를 따라 시차를 두고 내려오기 때문에 하류의
수심은 서서히 상승을 하게 된다.
홍수가 시작되면 평소에는 낮은 쪽으로 내려가던 하천부지 배수로의 물이
거꾸로 역류를 하게 된다.
이 역류하는 물을 따라 기막힌 현상이 벌어진다.
강물 깊은 곳에 살던 민물고기들이 역류하는 물을 따라 앞 다투어 올라오기
시작한다.
제일 앞장서서 올라오는 녀석은 뭐니 뭐니 해도 등치가 큰 대형 잉어들이다.
1,2m 남짓한 폭의 수로에 물보다 잉어가 더 많았던 경우도 있었다.
어른들은 농산물 챙기느라 여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지만 우리들은
여유가 있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우리들은 몽둥이나 적당한 도구, 나는 보리타작용 도릿 개를
들었다, 를 들고 물가로 나간다.
역류하는 물이라 수심이 얕았다.
우리들은 적당한 장소
에 자리를 잡고 목표를 겨냥할 필요도 없이
사정없이 물 위로 몽둥이를 내려쳤다.
재수 없는 잉어가 지나가다 정통으로 한 대 맞게 되면 하얀 배를 들어내고
물 위에 뒤집어진다.
더 재미있는 놀이는 이렇게 올라온 잉어들이 길을 잃고 무논에 들어갔을
때이다.
무논의 수심이 얕기 때문에 잉어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완전히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심지어 등이 보이기까지 한다.
몽둥이질에만 몰두하다 보니 다자란 벼가 망가지든지 말든지 우리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무논에서 이 짓을 한참 동안 하고 나면 거의 다 자란 벼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저 지대의 무논들은 대부분 우리 집 소유이었기 때문에 이 난장판 사고의
뒷감당은 모두 내 몫으로 돌아왔다.
이날은 한 여름 더위에 지친 마을 남자들은 잉어회 파티를 하고 여자들은
용봉탕을 끓여서 몸보신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의 여름 물난리 일 탄이 막을 내리게 된다.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이 지역 성인 남자 대부분이 간 지스토마 충을
를 보유했던 웃지 못할 지난날이기도 했다.
2019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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