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by 김 경덕


장어

오늘 아침 신문에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 민어탕, 장어탕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그중 민물 뱀 장어탕은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소싯적 이 귀한 민물 장어를 수로나 큰 강에서 직접 잡아 집에 가지고 가면 어머님이 잡은 양에

걸맞은 요리를 해 주시곤 했다.

이 자연산 민물장어 잡이는 까탈스러워 어린아이들이 결코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두 살 터울인 사촌 형과 항상 짝을 이뤄 강이나 들로 여름철만

되면 가끔 민물고기 사냥을 나갔다.

어느 날 제법 큰 수로에서 민물고기 즉 미꾸라지나 메기, 붕어를 잡을 때 있었던 일이다.

둘이서 협력하여 힘차게 水路 양안을 발로 밟아 고기를 몰아 나갔다.

그런 다음 미리 저만치 쳐 둔 삼각대 그물 양쪽을 동시에 올린다.

그런 다음 흙탕물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민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이다.

운이 좋은 날은 어른 손바닥보다 큰 붕어도 잡히고 어떤 땐 팔뚝만 한 메기도 잡혔다.

억세게 운 좋은 날은 이 그물 속에 귀한 민물 장어도 들어와 있었다.

어느 날 고기가 유별나게 잡히지 않는 날이었다.

조금 어쑥한 수로에 삼각대를 막아놓고 형이랑 둘이 열심히 진창을 밟아 고기를 몰아 나갔다.

둘이서 맞잡고 그물 속에 든 진탕 물을 흘러내리는데 뻘을 온몸에 뒤집어쓴 팔뚝만 한 장어

한 마리가 그물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형, 장어다"

"얼른 목을 잡아!"

장어는 워낙 힘이 좋아 그물 속에 있다고 다 잡은 것이 아니다.

목을 비틀거나 기절을 시켜 놓아야 비로소 잡은 장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뻘을 뒤집어써고 아직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장어의 목을 맨손으로

잽싸게 닦아 챘다..

그런데 손에 전해지는 촉감은 평소 잡아 본 장어와는 조금 달랐다.

장어는 상당히 미끈거리는데 이놈은 뭔가 다른 까칠한 촉감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그래도 오랜만에 잡은 장어라 놓칠 수가 없어 있는 힘을 다해 목을 꽉 쥐고는 뻘을 씻으려고

물속에 한 번 집어넣었다 들어 올렸다.

"억"

물속에서 목욕을 하고 올라온 녀석은 장어가 아니라 커다란 물 뱀이었다.


이번에는 강으로 가자.

고향 집 강 건너편 마을은 지금의 부산시 금곡동(동은)이다.

나루터 마을로 80년대까지만 해도 민물 장어요리로 부산 지역에서는 가장 소문난 곳이다.

어릴 적 우리 마을에도 장어를 잡는 소형 목선이 몇 척 있었다.

민물 장어 중에서 가장 맛이 좋고 영양가를 지닌 녀석은 여름 홍수철에 강바닥 뻘 속에서

夏眠 할 때 잡은 놈이다.

바다에서 올라온 실뱀장어가 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올라갔다가 성어가 된 다음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하류로 내려온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강 하구까지 내려와서는 강바닥 뻘 속에 잠시 몸을 숨기고 바닷물로

돌아갈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많은 영양분을 몸속에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맛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이때는 마을 장어 잡이 배들이 그물이나 낚시로 장어를 잡지 않고 5-6m 되는 장대 끝에 반달처럼

생긴 칼날을 달아 뻘 속을 집어넣어서는 강 흐름과 직각되게 갈라 나간다.

이때 뻘 속에 숨어서 잠을 자든 장어가 칼끝에 걸려서 올라오게 된다.

상당히 원시적인 방법 같지만 경험 많은 어부들은 하루에 10kg 이상 잡아 올린다.

우리들은 이렇게 잡는 방법을 흉내조차도 낼 수가 없다.

쉽고도 간단한 다른 방법으로 도전한다.

장어가 뻘 속에 들어가기 전 즉 상류에서 붉은 흙탕물이 내려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장어잡이

채비로 바빠진다. 먼저 미끼로 새끼손가락만 한 미꾸라지를 잡아야 놓아야 한다.

다음에 모내기용 못줄(WT-1-TT) 20m 전후를 본 줄로 사용하여 3-4m 장대 끝에 묶는다.

여기에다 1m 정도 길이의 낚싯줄을 적당한 간격으로 달아 낚시에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걸어놓는다.

저녁나절이 되면 우리는 강가로 나가 양 끝을 잡고 50m 정도 강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서는

장대 끝을 강바닥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이 채비를 끌어낸다.

홍수 전후로 유속이 제법 있는 강 속에서 겁도 없이 정말 위험한 놀이를 한 것 같다.

한 마리도 못 잡은 날도 많았지만 많이 잡히는 날은 다섯여섯 마리씩이나 잡은 적도 있다.


솥을 어느 정도 뜨겁게 달군 다음 참기름 한 병(소주병)을 붇고서는 살아있는 장어를 통째로

솥 안에다 얼른 집어넣는다. 힘 좋은 장어가 몸부림치며 퍼득거리는 소리,,,,,,,,,,,,,,

장어탕 요리의 첫 순서이다.


장어가 튀어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엄마의 요청에 솥뚜껑을 한참이나 누르고 있었던 지난날의

추억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렇게 하여 몇 시간 고와낸 보얀 장어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남자들의 식탁에 며칠간 계속해서

올라온다. 고단백 지방 섭취가 귀했던 시절이라 조금만 많이 먹으면 어김없이 배탈이 났기

때문에 아침저녁 한 사발씩 며칠을 두고 먹었다.

여름이 가기 전 몇 번만 이렇게 먹고 나면 무더위도 힘들지 않게 거뜬히 넘길 수가 있었다.

옛날 시골 사람들은 사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이런 보양식으로 힘든 계절을 넘겼는데

이제는 돈 많은 도시 사람들의 정력 보양식으로 둔갑해서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버렸다.

몇 해 전 병후 회복에 좋다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임진강변 장파리로 자연산 민물 장어를 구하러

간 적이 있었다. 씨알이 그렇게 굵지도 않았는데 부르는 게 바로 값이었다.

이제는 이 장어탕 맛을 잃어 번 린지도 괘나 오래되었다.

여수에 갔을 때 붕장어(붕장어) 탕을 먹어 봤는데 민물 장어탕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아! 그리워라.

내가 잡아 내가 직접 고와서 먹었던 그 옛날 민물 장어탕,


너네들이 진짜 꾸무자(장어) 맛을 알기나 해?



2015년 7월 7일


* 민물장어를 어릴 때 우리는 일본 말인지 사투리 인지 모르지만 꾸무장어 또는

꾸무자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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