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방 속에 콕 틀어박혀 있는 방콕이 아닌 진짜 방콕에 들어왔다. 84년에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한 후이번이 다섯 번째다. 첫째와 두 번째는 회사 출장차 이곳에 왔었고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방콕이 아니라 지방 유명 리조트에 갔었다. 그러니까 휴가차 방콕에 들어온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출장은 아무래도 처리해야 할 일이있고 긴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관광을 하며 여유 있는 체험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방콕 방문이 다섯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들어오며 바라본 시가지 모습이 전혀 생소하게 느껴졌다. 물론 방콕도 서울 못지않게 그동안 많이 변했고 현대화되면서 고층 빌딩과 각종 편의 시설도 많이 생겨났다.
이 도시도 세계 어느 수도처럼 큰 강 짜오프라야 강을 끼고 자리를 잡고 있다.이강의 길이는 약 1,500km로 한강의 3배나 된다. 중국에서 발원하여 이곳 태국만 까지흘러오는 이강은 유역이 160,000 km2나 되는 대단히 넓고 긴 강이다. 도시의 해수면 평균 높이가 1.3m에 불과한 저지대로 오래전
부터 수로가 사통팔방으로 발달되어 있었다. 80년대까지는 이 수로를 주요 교통수단 방법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한 때는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로 인해 수로가많이 사라지고 저지대가 매립이 되면서도시 전체가 답답한 빌딩 숲으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 때문에 유수 지역이 부족해져서 몇 해 전 강 상류 지역에 내린 호우로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길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도시 방콕은 독특하게도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세계의 유수 도시 런던과파리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로 관광객 이 많이 방문한 기록을 가졌는가 하면 세계 최악의 교통 체증을 지닌 도시로 명성을 기록하고 있다. 3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고유 전통과 문화 그리고 독특한 라마 불교 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에이즈 환자와 최대의 섹스 산업을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지극히 존경을 받는 국왕이 아직도그 권위와 위용의 유지하고 있는가 하면심심치 않게 하극상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는 이상한 나라 이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수많은 라마승이 가사를 걸치고 수행을 하고 있는가 하면 바로 곁에서는 무희들의 나체쇼가 밤마다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기묘한 도시이기도 하다. 합장을 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는상당히 온순한 민족 같아 보이는데 킥 복싱을 하며 투전판을 벌이는 모습을 볼라치면 무척 거친 민족으로 보이기도 한다. 빈부의 격차도 극과 극을 치 달리는도시이기도 하다. 한 끼에 3,000밧 이상하는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 골목에는 30밧에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노천 식당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수많은 외국 관광객과 다양한 종족이 섞여 있는 천만명의 이 대도시는 아무 일도 없는 양 궤도를 벋어 나지 않고 매일매일 잘도 돌아가고 있다.
6km 가는데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교통 체증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며 왕궁으로 , Wat Pho로, 고급 쇼핑몰로, 아웃렛으로, 차이나 타운으로 요리조리 잘도 헤치고 다니면서 3박 4일의 여정을 무사히 끝내고 오늘 밤 다시 싱가포르로 내려간다.
기억에 남는 것은 딱하나, 이틀 째 저녁에 먹은 엄청 짜고 엄청매운 타이 전통음식 덕분에 가족 모두가 밤새 고생을 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먹은 스테이크 코스 요리는 세계 어느 나라 요리보다 맛도 있었고 서비스 질도 상당히 높았다. 먹는 것도 방콕 답게 극과 극을 갔다 왔다 하며 직접 체험을 본의 아니게 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