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表象

헌금(3)

by 김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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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제목은 현금(CASH)이 아니고 헌금(NONATION)이다.

경상도식 억양 때문에 두 단어를 항상 반대로 발음한다고 말할 때마다

아내가 핀잔을 주었다.

고향집과 한 울타리 안에 있었던 시골의 모 교회는 100여 년의 설립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나온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면 이 시골 교회가 나에게 모태 신앙을

심어준 것 외에는 성장기에 받은 부정적인 면들이 아직도 뇌리 속에

많이 남아있다.


어제 주일 주보와 함께 나누어준 부활절 특별 헌금 봉투를 받았다.

예쁘게 디자인된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지난날 고향 교회

목사님이 절기나 특별 헌금 시마다 행한 헌금 설교가 문뜩 머릿속에 떠 올랐다.

당시에는 헌금 명목도 다양했다.

부활절, 맥추절, 추수 감사절, 성탄절 등 절기 헌금에다 출산, 생일, 입학,

졸업, 결혼, 취업, 제대, 병후 회복, 회갑, 이사, 부동산 매매 등 감사 헌금에다

교회 집기 비품 구입이나 교회 건축용 특별헌금 등 다양하게 많았다.

지금의 도시 교회처럼 다양한 계층의 교인들이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모두가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딸린 가족들이었다.

그러므로 현대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도시 문물을 접해보았던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목사님의 설교는 항상 단순하고 직선적이었다.

절기 헌금 철이 돌아오면 헌금 목표를 세워놓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한 목사님의

설교 톤이 한결 높아지기 시작한다.

60년대 초반 왕년에 어느 도시에서 한가닥 하셨다가 회심하여 목사님이 되셨다는

서** 목사님의 설교가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하게 남아있다.

솥뚜껑만 한 오른손 바닥을 높이 치켜들고 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손가락을 하나씩 꺾어나간다.


"큰 아들 주려고 하나 빼놓고"

"둘째 아들 주려고 또 하나 빼놓고"

"큰 딸 시집보낼 때 주려고 하나 빼놓고"

"둘째 딸 시집 시집보낼 때 주려고 또 하나 빼놓고"

"또 있지! 맛있는 것 좋은 옷 사 입으려고 하나 더 빼놓고"

다섯 손가락을 다 접 후 주먹을 불끈 쥐고는 다시 크게 외쳤다.

"요렇게 다 빼놓은 후 쥐꼬리만큼 하나님께 바치면

" 여러분은 무슨 복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내는 것만큼 복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복도 쥐꼬리만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린 내가 들어도 이렇게 하면 엄청난 벌을 받았으면 받았지 복은 전혀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위협적인 설교였다.


다음 주일날, 학교에는 근처에 조차도 가본 적이 없다는 팽 ** 집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헌금 기도 시간에 교회에 울러 퍼진다.


"만 원짜리를 내는 사람이나,

오천 원짜리를 내는 사람이나,

천 원짜리를 내는 사람이나,

오십 원짜리를 내는 사람이나,

십 원짜리를 내는 사람이나,

오원, 일원 짜리를 내는 사람이나"

당시 통용되는 모든 돈의 액수를 열거한 후

"또 - 옥 같은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아-멘"



어리고 겁 많은 나는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는 커다란 위협을 느꼈고

가늘고 여린 목소리의 팽 집사의 기도를 들으면서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항상 절기나 특별 헌금을 제일 많이 내는 사람은 당신이였기에

철없는 시절 나는 어깨를 어쓱대면서 교회에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2016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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