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기행(2)

by 김 경덕

브리티슬라바

우리나라에 겨울철에 날아오는 철새인 기러기는 'ㅅ'자 형태로 대형을 지어 장거리 비행을 한다.

무리의 선두에 선 대장 기러기는 비행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고도는 물론 방향과 속도 그리고 쉴 장소, 경계병 선정 심지어 날아갈 때 각자의 위치까지도 결정해준다고 한다.


가족끼리는 물론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국내외 여행을 할 때 이 대장 기러기 역할을 항상 자임해서 수행을 했다.


그런데 이번 동구라파 여행에서는 이 대장 자리를 완전히 박탈당해 버렸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관여할 틈이 전혀 없었다.

우리 일행을 초청해 준 독일인 Mr. Klaus 씨가 모든 계획과 추진을 혼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살고 있는 뉴른베르그를 출발한 후 운전은 물론 먹고, 자고, 마시고, 쉬고, 보는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하였다. 어느 하나도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끼어들어 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3일 차부터 아예 포기해 버렸다. 오랜만에 리드의 책임감을 벗어버리니 부담을 느끼지 않아 오히려 마음은 가벼웠다. 긴장을 놓고 뒷 좌석에 앉아 계속 차창만 바라보고 달리니 몸과 마음이 편하기는 하지만 생소한 느낌과 함께 가끔 소외감마저 들었다.

이번 여행에 우리의 대장은 독일 친구 Mr. Klaus 씨다.

나 보다 8개월 먼저 태어난 갑장인 호탕한 독일 병정이다. 배가 제법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재빠르며 상황에 따라 판단과 결정을 아주 신속하게 잘하였다.

소규모 여행의 대장 자격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다.


뉴런베르그에 있는 자기 집에서 독일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슬로바키아로 넘어가기 위해 8시 30분에 아우토반에 올라섰다.

11시에 독, 오스트리아 국경 Check point, 오후 1시 반에는 슬로바키아 국경을 모두 Nonstop으로 통과한 후 슬로바키아 수도인 부라티슬라바에는 정확히 오후 2시에 입성을 하였다.

우리를 환영하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2005년에 아내와 함께 한번 다녀간 곳이다.

아내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딱 작아 때지만 난 분명히 이곳을 지나간 기억이 분명하게 되살아 났다.

비를 맞으면서 브라티슬라바 옛 성으로 올라갔다.

15년 전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날듯 말 듯 유럽의 다른 도시 성들과 겹쳐지면서 성곽 모양이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더 깊은 인상을 머릿속에 깊이 심어 놓기 위해서 찍어 놓은 사진으로 스케치를 하였다.

갑자기 여기에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체코와 분리 독립 후 아직도 나라 경제 여건이 어려운지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다.

국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넉넉해야 때깔이 나나 보다.

보수를 제 때에 하지 않아 허물어진 성벽이 빗속에 더욱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20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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