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기행

SIENA, TOSCANA(5)

by 김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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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 국제공항



SIENA(5)

두 주님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70여 생을 살아왔다.

한 분은 평생을 사랑하고 싶은 분, 그러나 아직도 먼 거리에 있다.

다른 한 분은 철이 든 후에 만나 아직까지는 좋아는 하지만 이제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분이다.

이름하여 酒 님이다.

첫째 주님의 고향은 하늘나라 한 곳뿐이지만 둘째 酒 님의 고향은 여러

곳이다.

Siena는 이태리 와인의 고향 격인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에 위치한 중세에

건설된 고대 도시이다.

당초 계획한 여정에 없었던 이곳을 Livorno에서 배를 놓치는 바람에 번개팅하듯 방문하게 되었다.

전날 피렌체 시내 관광 중 아내와 잠시 헤어져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들어갔다. 오늘 밤에 승선할 Cruise 갑판 위에서 지중해에 떨어지는

낙조를 벗 삼아 한잔 부딪쳐 보고 싶었다.

객기를 부려 좋은 이태리 와인 한 병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시장통 안 2층에는 고만고만한 전통 와인 가게가 백여 개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적당한 가게를 골라 들어가니 중국계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다가와

"May I help you?"

이럴 때는 거절할 필요가 없다.

거짓말을 조금 섞어, 오늘이 본인의 70번째 생일이고 그리고 밤에 Cruise를

타게 될 터인데 아내와 함께 축하주로 마실 와인을 찾는다고 했다.

"Good!, What is your budget?"

"100 Euro"

잠시 후 56유로 택이 붙은 토스카나 산 와인 한 병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이 와인에 잘 어울린다는 치즈, 살라미, 절인 올리브까지 내 앞에

내어 놓았다.

전부 합쳐서 42유로란다.

가격이 맞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 와인의 재고가 딱 한 병뿐인데 이번 주 새

빈티지가 들어오기 때문에 완판 기념으로 50%로 특별히 할인해 준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탱크, 탱크를 연발하고 얼른 사서 들고는 가게를 빠져나와 아내와 다시 합류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이때 이 와인 값을 100% 모두 다 지불했어야 하는

건데,,,,

아마도 토스카나 酒神이 값을 깎았다고 섭섭하게 생각했었는지 우리들에게

배를 못 타게 하고 하룻밤 더 이곳에 머물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희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때 구입한 와인으로 배를 타지 못한 아쉬움을 호텔방에서 분풀이 용으로

단숨에 비워 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Pisa 공항으로 나갔다.

분명히 10:50분 비행기인데 출발용 전광판에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비행기의

스케줄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아내가 어디서 봤는지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는 아침이 아닌 저녁 10:50이라고 했다.

급한 마음에 AM과 PM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이틀 연속 가이드 체신이 말이 아니다.

급하면 돌아가라고 했던가?


지금부터 비행기 이륙할 시간까지는 13시간이나 남았다.

뭘 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시 PISA 사탑을 구경하기는 뭐 하고,,,,

일단은 짐을 공항 임시 보관소에 맡기고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가자! 토스카나로!

이 지역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는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공항 Tourist Information Desk에 들어가서 자세한 여행 정보를 얻었다.

완행 기차를 두 번이나 바꿔 타고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토스카나 酒神의 고향인

Siena로 가기로 즉석에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겁 없이 또다시 공항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위기는 기회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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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 중앙역


역 모양들도 그러했지만 Pisa에서 Siena로 향하는 열차의 차창에 스쳐 지나가는

시골 풍경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우리와 비슷했다.


어젯밤의 충격도 잠시 이제 또 새로운 세계에 내 정신을 모두 맡겨 버렸다.

Siena 역사와 중심가의 표고차는 200m가 넘는듯했다.

역에 내려 이상한 에스 칼 레이스를 몇 번이나 바꿔 타고 올라가니 중심가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이 버스를 타고 꼬부랑길을 한참 돌아 올라가니

캄포 광장이 나왔다. 축구장 2/3 정도 크기인데 이곳에서 경마 경주를

한다니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형식의 경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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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주위에는 멋진 Bar & Restaurant이 빙 둘러 자리하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긴장도 풀리고 시가지 구경은 뒤로하고 우선 제일 전망이 좋아 보이는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전통 이태리 음식과 함께 제법 값나가는 토스카나산 와인 한 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대 낮부터 또 술이야?"

어제 사건 이후로 조금은 눈치를 보며 참고 있었던 마누라가 다시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아그들은 모른다. 내 마음속 깊은 뜻을,,,,,,,,,"

포도를 영글게 하는 도타운 토스카나 햇살을 맞으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느끼는 나만의 묘미,

"아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말로만 듣던 토스카나 酒 님, 당신 고향에 와서 잘 놀다 갑니다"

"이제 마음이 조금 풀어졌나요?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올 테니 그때 잘 부탁드립니다."

한참을 이곳에 앉아 고 중세를 왔다 갔다 하며 한나절을 낚은 후

"고수레"

마시다 남은 와인을 발바닥에 뿌리고 서는 서둘러 다시 Pisa 공항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2016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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