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by 김 경덕


죽마고우


죽마고우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남은 여생을 조금 더 함께 할 줄 알았는데,,,,,
먼저 보내버린 아쉬움과 지난날 친구와 함께 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날 아침 나는 싱가포르에 사는 딸 집에 내려와 있었다.
새벽 3시 반경 꿈속에서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다.
며칠 전 지병이 악화되어 다시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자리를 차고 일어나 식탁에 나와 앉아서 친구를 위해 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편지를 친구에게 쓰기 시작했다.

친구야!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중에 무의미한 것은 하나도 없단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 설령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들도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일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므로 내 곁을 지나치듯 일어나는 조그마한 사건들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믿음 즉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단다.
우리가 함께 했거나 아니면 혼자만의 일이었을지라도

행복의 순간은 행복했던 느낌 그대로
힘들고 어려웠던 고난은 고난 그대로
때론 예기치 않았지만 찾아온 질병과

힘든 투병의 순간은 그것대로

거부하지 않으며 의미 있게 받아들이자.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새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단다.
네가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연륜은 나보다 훨씬 짧지만 하나님과 소통하며 교재 한 시간은
나 보다 훨씬 많고 깊은 것 같구나.
지난 십 년간 투병 중에도 너는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정말 굿굿이 잘 살아왔다.
평생 교회 문전을 들락거린 내가 오히려 더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여기까지 써 놓은 다음 예정된 일정에 따라 서둘러 공항으로 나가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 공항에 내리며 바로 전화를 켜니 친구의 부음이 처음으로 화면에 떴다.
아!
친구는 '조눌리'라는 한 마을에서 태어나 함께 자랐다. 초등학교는 물론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엔 걸어서 1시간 반 차 타고 1시간,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열차 통학길도 함께 하였다.
서울에도 함께 올라왔다.
지금까지 가까이 살며 지나온 세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하도 많이 들어 어디에 어떻게 들어와 박혀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누가 시샘을 했나?
누가 우리 사이를 이렇게 서둘러 갈라놓았나?
여행 전 해장국이 먹고 싶다는 너와 함께한 점심이 마지막 우리들의 만찬이었구나.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맛있고 멋진 점심을 사줄걸...........
그래도 옆집 내의 가게에 들어가서 연말 선물이라고 건네준 화려한 펜티는 입어나 보고 세상을 떠났냐?
잘 가거라, 친구냐!
좋은 곳에 먼저 가서 좋은 터 잡고 기다려라.
우리도 곧 따라갈게.
하나님,
친구가 저 사망의 어두운 골짜기를 건너갈 때 외롭지 않게 우리 대신 친구 되어 주시고 두 손

꼭 잡고 동행해 주시옵소서.
2019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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