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 춘삼월이라 바깥세상에는 요 모양 조 모양의 꽃들이 피고 님 찾는 새들이 밤낮으로 울어 젖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놈의 Corona 19인지 Covid 19인지 하는 녀석 때문에 달포 이상이나 강제로 시베리아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다 보니 그만 정신이 돌아 버릴 것 같네요.
연이 닿던 주변 사람들이 방역 원칙을 충실히 따른답시고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이 달에 계획된 모임, 행사, 집회, 그리고 오래전에 계획되었던 여행마저도 자의 반 타의 반 모두 다 취소되어버렸네요. 식탁의 탁상 달력에 치매 예방용으로 미리 올려놓았던 이달의 일정과 계획들이 볼썽사나운 검은색 볼펜으로 무참히 뭉개어져 있네요.
오늘은 우리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지 4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당초 계획은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고 내일은 또래의 지인 부부들과 3박 4일의 남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함께할 지인들은 아내 친구들의 남편으로 은퇴한 문학 평론가와 사학자들로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기대만큼 실망도 크네요. 두주불사 하는 유명인사들이라 더욱 실망이 큽니다.
아쉽지만 찾아온 아들과 사위와 함께 저녁을 먹고 생뚱맞게 사위가 준비해온 케이크도 잘랐답니다. 시절이 하도 이상해서인지 평소에 하지 않던 별 짓을 다해 보는 것 같네요.
어제는 하도 답답하여 지난가을 아드리아해 선상에서 잡아놓은 찌든 얼굴 모습을 화선지에 옮겨 놓아 보기도 하였답니다. 그나마 더 이상한 노추를 품어내기 전에 이렇게나마 간직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