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뒷골목(10)
센 강을 건너 팡테옹 아랫길로 한참 내려가면 파리지엔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 골목이 있다.
작은 재래시장 골목이다. 이 골목에는 고만고만한 작은 가계들이 연이어 자리를 잡고 있다.
현지의 재래시장 특히 새벽이나 아침에만 서는 빤짝 시장은 나에게 있어서 방문지마다 항상
관심사 일 순위이다.
센강 이강을 건너면...
시장 입구에 있는 빵집에서 먼저 파리바게뜨를 두 개 집어넣었다.
금방 구워낸 빵이라 껍질이 약간 딱딱한 듯 하지만 바싹거리고 속은 거시기 속살처럼
따뜻하면서도 부드럽고 연하다.
식전이라 걸어가면서 팔뚝만 한 한 개를 후딱 해치워 퍼렀다.
다음은 와인 안주용 살라미, 발효가 오래되어 제법 값나가는 것 하나와 우리 입맛에 맞는
매운맛이 강한 것 하나 이렇게 두 개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과일, 철이 철인지라 과일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Cherry, Strawberry, Blueberry, Redberry, Apricot 계절 과일을 우선 골라 담았다.
사과는 도저히 담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낙과보다 더 형편없는 몰 꼴을 하고 앉아
있어서 도저히 손이 가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생선가게에 들렀다.
82년도 처음으로 파리에 왔을 때 이곳 동부 역전 뒷골목에서 Oyster 한 접시와 와인
한 병을 멋 모르고 시켜 먹었다가 바가지를 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가장 값나가는 싱싱한 생굴 2kg을 바구니 담았다.
같은 가게에서 옷을 홀라당 벗고 누워있는 돌 가오리 한 마리를 찜용으로 추가로
바구니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부르고뉴 산 하이트 와인 한 병, 질을 모르면 값으로
승부수를 띄우면 된다. 현지 가격으로 20유로 전후면 우리나라에선 5만 원 이상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목구멍을 통과할 때 하는 인사가 확실히 차이가 날 것 같았다.
벌써 마음이 설레어 온다.
오늘 저녁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한국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들어가 봐야지가 아니라 들어가지 말아야지가 하는 생각이 먼저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수차례의 출장이나 자유 여행길에 우리나라 음식이 그리울 때 가끔 뒷골목에 자리한
한식집을 찾아서 들어가 보았지만 그때마다 기대보다는 실망이 컸었다.
고향 맛을 비슷하게 내거나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해주는 집을 만나 본 기억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주방 시설 이용이 가능하면 서툰 솜씨일지라도 신선한 재료를 현지에서 구입하여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훨씬 맛도 있고 멋도 있고 경제적이다.
자유여행의 묘미 중 두 번째로 추가시킬 수 있는 항목이다.
큰길로 빠져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남루한 차림의 촌노 한 사람이 길거리에서 비둘기
한 마리를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궁금하여 가까이 닫아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형 의료기기 세트를 펼쳐놓고 상처 난
비둘기 다리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
다리에 칭칭 감겨있는 여자용 스타킹을 조심스레 풀어 주고 있었다.
노숙자는 아닌듯했으나 차림이나 몰골은 조금은 누추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야생 비둘기의 고통을 풀어주는 파리의 천사였다.
나는 수년 전 친구 고구마 밭에 고구마를 캐러 갔다가 음식을 보고 날아온 산비둘기를
고구마로 명중시켜 즉사시킨 적이 있은데,,,,,,,,,,,,
비록 차림은 초라했지만 이 파리 뒷골목의 비둘기 전문 치료사는 오늘 저녁 먹고 마실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나보다 훨씬 마음이 따뜻하고 온유한 것 같다.
오늘 의인 한 사람을 파리 뒷골목에서 만났으니 나의 사람 댐 댐 이가 조금
격상이 될 수 있으려나.....
2016년 6월 22일 하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