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월 캐나다 빅토리아 섬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려본 자화상-
수채화
작년 봄 아내가 지역주민센터 수채화반에 등록을 했다.
서 너 번 다니더니 시간 핑계를 대며 나더러 대신 나가란다.
선불로 낸 수강료와 구입한 화구가 아까웠던 모양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아내의 손재주를......
손주를 직접 키우면서 가끔 그려 달라는 동물들의 형상을 적당히
크로키해주곤 하였다. 이걸 아내가 눈여겨보아 온 모양이다.
떠밀리다시피 멋쩍게 수채화반에 발을 들어 논지도 어연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이 번 겨울은 그동안 하던 새벽 운동을 그만두고 이젤을 가까이
놓고 그림을 그려 보기로 작정을 했다.
한 주에 한 장, 이렇게 그린 그림이 다섯 장이나 됐다.
남의 그림 묘사도 해 보고 내가 직접 찍은 사진도 그려 봤다.
풍경도 그려보고 인물도 그려 봤다.
정밀 소묘도 해 보고 수채화의 특징인 물 번짐도 해봤다.
조금씩 알아 갈수록 넘어서야 할 어려운 고갯길이 높아 보인다.
'알랑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은 이미 충분하다고 섣불리 추정해서는 안 되는 균형과 선함을
시의적절하게, 본능적으로 깨닫게 해 줌으로써 우리의 시간을, 삶을 구원한다."
라고 쓴 글이 새롭게 되새겨진다.
새로이 추구하는 내 영혼의 깨달음들이 그림을 통해 언젠가는 이 화폭에
옮겨지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붓을 놀린다.
2000년 캐나다 밴쿠버를 자가운전하여 여행할 때 건너간 빅토리아 섬,
6월인데도 먼 산에 백설이 덮여 있고 나무는 아직도 가을이다.
서툰 표현이지만 그려놓고 보니 자꾸만 눈이 간다.
201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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