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구상

by 김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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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이른 새벽에 첫 산행에 나셨다.

년 전까지는 해도 뒷 문만 나서면 바로 등산로로 올라설 수가 있었다.

이 길로 한 시간 남짓 올라가면 형제봉 그리고 광교산까지 오를 수가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용서 고속도로 공사로 그 날씬하던 허리가 싹둑 잘려나가

버려서 지금은 한참 돌아서 올라가야만 한다.

97년 이곳으로 이사 왔으니까 벌써 18년이나 지났다.

형제봉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틈만 나면 올라갔었다.

수년 전부터 옛 동료들과 하던 신년 산행이 여의치 않아지자

새해 첫날 아침 이면 혼자서 이곳에 올라 새해 구상을 한곤 하였다.

한적한 성불사 길목에 차를 세우고 인적이 드문 길을 택해서 올라갔다.

잔설이 남아있는 오솔길엔 영하 10도의 칼바람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거의 발길이 닿지 않은 낙엽을 조심스레 밟고 오를려니 갑자기

죽음과 환생의 의미가 관조되기 시작했다.

찬바람에 온 몸을 들어내 놓고 추위를 견디는 나뭇가지들,

그러나 그들에게는 새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 있다.

새 해 첫 발길에 밟히는 낙엽들 그들은 또 썩어지고 흙으로 돌아가

새 생명의 밑거름이 된다.

내 나이 내년이면 칠순, 다행히 금년까지는 아직 여섯 수다.

환생, 윤회는 불가의 가르침이라서 그런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제는 나의 생은 힘들고 고단했던 봄, 여름, 가을이 다 지나고 마지막 겨울만

남아있다. 내 년이면 그 문특을 넘어간다.

내리막 길이 더 위험하다는 인생 여정이 시작되었다.

내려갈 준비를 차근차근해야만 할 시기이다.

나에게 어떤 기대와 기원이 금년 여정 중 최고의 희망이 될까?

원만한 능선길에 올라선 후 완보로 나아가며 남은 생,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전 읽은 한 시 구절을 떠 올려 본다.


"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에서 흐르고 북한강은 북에서 흐른다

흐르다가 두물머리 넓은 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네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이 현주


나는 평생 소망을 하늘에 두고 살아온 크리스천이다.

그렇게 사는 척하다가 실수도 때론 헛 발질도 많이 하며 살아왔다.

이 시인의 노래처럼 이제부터는 만날 일 만날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어떤 경우던 하나씩 버리면서 살아 보련다.

말이 아닌, 생각이 아닌, 의미 있는 실천을 하면서 금년을

시작해 보련다.

버리고 비운 후의 "여유" 그 여유를 지니고

당신 앞에 부끄럼 없이 서는

"자유"

금년에 첫 산행에서 얻은 나의 신년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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