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3일, 아내와 함께 헝가리를 여행할 때다, 헝가리 3일 차는 수도 부다페스트를 출발하여 Blaton호수 북쪽 도로를 따라 오스트리아로 들어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지나가는 호수가 길 중간 지점에 마치 섬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Tihany란 작은 마을이 있었다. 언덕 위에 있는 빛바랜 나지막 한 성곽과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휴식도 취할 겸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고 차를 호숫가에 주차한 후 성당으로 올라갔다. 성당을 돌아본 후 바로 뒤편에 있는 정상까지 더 올라가 보았다. 정상에는 작지만 나름대로 품위를 갖춘 레스토랑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올라갔는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야가 괘나 넓었다. 등나무가 하늘을 가린 레스토랑의 야외 식탁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전후 좌우 전경은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금방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아! 와! 무슨 감탄사가 적절한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동쪽에서는 보름달에 가까운 둥근달이 떠 오르고, 서편에는 하루를 못내 아쉬워하며 노을을 등에 지고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주변에는 라일락 향기를 가득 실은 미풍이 느낄 듯 말 듯 부드럽게 불어오고 있었다. 하루의 밤과 낮이 교차를 하는 기막힌 황금 시간대였다. 노을과 달 빛에 반사되는 에메랄드 빛 호수를 이생에서는 다시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넋을 놓고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지금 까지 세계 각국의 유명 관광지나 명소를 일반 사람들보다는 많이 다녀 보았다. 또 앞으로 많은 곳을 찾아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 순간이 지금까지 경험하였거나 경험할 생애 여행 중 최고의 정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순간 갑자기 흥분이 되어 "와! 오늘이 최고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더니 영문을 모르고 있던 아내가 깜짝 놀라면서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아내는 당신이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저녁은 자기가 사겠다고 함께 여행을 하고 있던 후배 부부에게 기분 좋은 제안을 하였다. 덩달아 기분이 고조된 우리는 일정을 변경하여 여기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하고 이 레스토랑에 저녁 예약을 한 후에 내려왔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몇 년 후 드라마 '아이리스'가 방영되었다. 이 드리마 첫 장면에 두 남녀 주연 배우가 처음으로 만난 장소가 바로 이 테이블이다.
지금 아내는 다섯 자매들과 함께 남편들을 모두 헌신짝처럼 내 버리고 자기들끼리만 구라파 여행을 하는 중이다. 가는 곳마다 끼리끼리 모여 앉아 히히 호호하며 깔깔대며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서 가끔 잠을 설치기도 한다. 보고 싶지는 않은데 돌아오는 날이 자꾸만 기다려진다 내일이면 귀국이다. 아내가 평소에 끔찍이도 싫어하는 홍어회 한 접시를 막걸리 안주 삼아 마신 후 잠시 아내 기분으로 전환을 해본다. 아마 지금쯤 아내와 언니들, 동생들 모두 이와 비슷한 기분에 젔어있지 않을까? 2,3년 터울의 60세 전후의 다섯 자매가 해외여행을 함께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다들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에 고생들을 많이 하였다. 아내도 이번 여행이 자기 생애에서 최고의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례 짐작을 해본다. 아마 처형 처제들 모두가 이번 여행이 자기들의 생애 여행 중 최고의 여행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온다. 맘껏 즐기시고 쌓인 회포를 원 없이 푸신 후에 모두 다 건강하게 귀국하시길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