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 2019

by 김 경덕

유희 2019년

어젯밤 늦게 다시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내렸다.

이곳 창이 공항에서의 입국 신고는 올해 들어와 벌써 네 번째이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이곳에 들어와 금년 새해를 여기서 맞이했는데....

금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시작하여 싱가포르에서 마무리를 해야만 될 것 같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부산하게 돌아다닌 주유천하 2019년 한 해였다.

새해 첫날은 이곳에서 가까운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올라가 딸 식구들과 함께 신년을 맞이했다.

1월 중순에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뉴질랜드 일주 크루즈 여행을 하기 위해 여기에서 부터 출발하여 호주로 내려가

시드니항에서 크루즈를 탔다.

뉴질랜드 남 북섬을 옛 직장 동료 부부와 함께 2주간에 걸쳐 한 바퀴 돌면서

내 일생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

구정을 싱가포르에서 보내고 2월 초에 서울에 돌아오니 작년부터 후두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던 40년 지기 필리핀 친구가 이생의 마지막 메시지를 Smart phone으로 보내왔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마닐라로 날아갔다.

친구와 마지막 우정을 하루 종일 눈물로 그것도 필담으로 나누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날 70년 죽마고우가 먼저 세상을 떠나가 버렸다. 그는 같은 마을에서 자랐다. 같은 초등학교

같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함께 서울로 올라와 의지할 곳이 전무한 천리 타향에서 미울 때나 고울 때나 힘들 때나 즐거울 때 항상 함께한 친구였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잡아가던 삼월 중순 인도에서 또 다른 급전이 날아왔다

3월 초 혼자서 동남아 지역과 인도로 불교 기행을 떠난

손위 동서가 인도 바라나시 시에서 보낸 S.O.S였다.

인도 칼컷타 역에서 몸에 지닌 작은 손가방 외에 여행용

옷가지와 특히 상비약이 들어있는 큰 배낭을 도난당했다고 하였다.

문제는 79수에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탓에 건강상태가 아주 좋지않다고 하였다.

긴급 구조요원 자격으로 3월 25일 필요한 옷가지와 약품을 준비하여 네팔로 바로 날아갔다.

인도에서 육로로 올라오는 형님과 석가 탄생지인 네팔의 국경도시 룸비니에서 조우를 하였다.

네팔까지 간 김에 안나푸르나 루트를 2박 3일 동안 혼자서 트래킹도 하고 왔다.


오른쪽 발가락에 골절상을 입은 아내를 내조하느라 여름은 조용히 보내고 싶었지만 무슨

볼일이 그리도 많은지? 법정 증인으로 제주도로, 미국에서 온 처제 다리고 전라도 증도로,

산소 이장하러 경상도 고향 선산으로 또 미국에서 온 조카와 함께 강원도 속초로 정선으로

연이은 행차가 잠시도 쉴 틈이 없이 이어졌다.


9월에는 갑자기 들어온 독일인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불편한 아내를 부축까지 하여가며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독일 홀아비 친구의 차로 초대받은 한국인 두 부부가 독일은 물론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이태리,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를 3주간 해졌고 다녔다.

자랑하기조차 아까운 황홀 그 자체의 아드리아해의 여러 섬들 아직도 생각만

하면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낭만 그 자체의 코스였다.


그리고 지친 육신이 잠깐 쉬고 있던 10월 어느 날 새벽 또다시 비행기를 타야만 할 급전이

싱가포르 딸에게로부터 날아왔다.

딸네 집의 필리핀 가정부가 사고를 낸 것이다.

사위와 딸 모두가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아내는 가정부로 나는 손주들 등하교를 시켜주는

집사로 긴급 호출이 된 것이다.

10월에 여기 싱가포르에 들어온 아내는 오늘까지 인질로 붙잡혀 있다.

11월 한 달은 필히 참석해야 할 일과 모임이 있어서 혼자 잠시 귀국했다가 어제 다시 들어온 것이다.

연말에 귀국 예정이지만 글쎄? 귀국을 해야 귀국인 줄 알지......

딸이 지 어미 식모살이 포상으로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를 다 같이 방콕으로

가자고 바람을 넣고 있지만.....................

그들아!

늙은이의 최고 휴가지는 바로 자기 집이란다.

여행보다는 우리들 빨리 집으로 보내줄 궁리나 해라!

2019년 12월 5일

싱가포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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